고대 로마인들은 계층에 관계없이 제모에 신경을 썼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문화재 보호단체 잉글리시 헤리티지는 10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대 로마의 남녀가 제모를 위해 족집게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잉글리시 헤리티지의 역사 연구팀은 영국 슈롭셔 록세터의 로마 최대 취락 유적지를 집중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로마인들이 남녀노소 제모에 관심을 보일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봤다.

이런 생각의 근거는 취락지에서 여럿 발견된 족집게다. 연구팀에 따르면 록세터 중심부의 고대 로마 유적에서 2~4세기 무렵 사용한 족집게가 50개 넘게 발굴됐다.

지금이야 덜 아프고 확실한 제모 방법이 많지만 고대에는 족집게로 체모를 일일이 뽑아야 했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고대 로마인들이 몸가짐과 아름다움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음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며 "로마인들의 이상상에 대한 귀중한 통찰이 가능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대 로마인들이 외모를 다듬은 증거는 이전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취락은 물론 고대 도시 중심부까지 조성된 대중목욕탕이 대표적이다. 족집게들은 로마인들이 계층에 무관하게 제모에 관심을 가졌을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고대부터 로마인들이 잔털을 처리하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14년 연구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체모를 족집게로 뽑았음이 밝혀졌는데, 이런 습관이 사회적, 경제적 경계 없이 모든 계층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로대 로마인들이 미에 부쩍 신경을 썼다는 증거는 여러 분야에서 발견되고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족집게가 비교적 안전하고 저렴해 서민층에도 급속히 보급됐다고 추측했다. 신체 노출이 잦은 계절이나 그리스에서 유래한 레슬링 같은 인기 스포츠를 즐길 때 눈에 보이는 체모를 뽑기 위해 족집게를 썼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조사 관계자는 "로마인들은 문명을 상징했다. 자신들이 야만인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반들반들한 피부를 선호했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며 "다만 족집게를 이용한 제모가 상당한 통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고대 로마인들은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들은 제모를 스스로 했겠지만 아마도 고위층은 노예의 손을 빌렸을 것"이라며 "이런 풍습이 현재 부유층이 영위하는 고급 에스테틱의 시발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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