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파리의 수명이 단축되는 이유가 밝혀졌다. 죽음을 인지하면 수명이 단축되는 메커니즘은 인간의 노화 방지 연구에도 좋은 힌트여서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15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동료의 사체를 목격한 파리의 노화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이유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과실파리류를 이용한 과거 실험에서 동료의 사체를 본 개체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 원인을 추적해온 연구팀은 최근 실험에서 신경세포군의 변화를 확인했다.

과실파리류가 동료의 사체를 접하면 수명이 줄어드는 이유가 밝혀졌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형광표지법(생물 분자나 세포에 형광 마크를 붙여 그 작용을 관찰하는 기술)으로 동료 사체를 본 과실파리의 뇌를 관찰했다"며 "이 과정에서 타원체라는 영역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파리의 뇌 타원체 신경세포 기능을 자세히 살핀 결과, 'R2'와 'R4'로 불리는 신경세포와 거기에 붙은 세로토닌 수용체 '5-HT2A'가 수명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해당 신경세포를 임의로 활성화해봤다. 그러자 동료의 사체를 접하지 않았는데도 파리의 수명이 짧아졌다. 일종의 저주 같은 현상의 원인은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수용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 셈이다. 

노화를 늦추는 것은 사람들의 오랜 꿈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다만 '5-HT2A'가 왜 파리의 수명 단축에 관여하는지, 다른 종류의 파리들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실험 관계자는 "노화는 유전자와 환경 모두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과정"이라며 "뭘 봤느냐가 노화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 소설 같은 이야기인데,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학자들은 이 희한한 현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인간의 노화 방지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구급 대원이나 전장의 병사 등 일상적으로 죽음을 목격하는 이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노화가 빠른 것으로 생각된다"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노화를 늦출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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