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하수를 너무 많이 퍼올리는 바람에 지구의 자전축이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서기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소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식수와 산업 용수로 너무 많은 지하수가 사용돼 지구 자전축에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지구는 약 23°의 자전축을 중심으로 팽이처럼 회전한다. 이 자전축은 약 4만 년을 주기로 조금씩 변화하는데,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빨리 녹아내리면서 지구 회전에 불균형이 생긴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과도한 지하수 사용은 온난화로 인한 빙하 융해만큼이나 지구 자전축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pixabay>

지구 자전축의 변화가 빙하 융해뿐만 아니라 지하수와도 관련됐을 것으로 의심한 연구팀은 기후 모델을 활용,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인류가 약 2조1500억t 분량의 지하수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구 전체 바다의 수위를 일시에 약 6㎜ 높이는 막대한 양이다.

연구팀은 지구 자전축 기울기 시뮬레이션에서 이 물들이 17년간 지축을 80㎝가량 기울였다고 결론 내렸다. 온난화로 녹은 빙하나 빙상 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던 지구 지축 기울기에 대한 의문이 비로소 풀렸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서기원 교수는 보고서에서 "지축이 기울어지는 원인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뮬레이션은 의미가 있다"며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 온난화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이 지구 자전축에 영향을 줬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전했다.

지하수 약 2조1500억t은 해수면을 6㎜ 높이는 막대한 양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지하수를 가장 많이 퍼올린 지역은 북아메리카 서부와 인도 북서부였다. 서기원 교수는 "사실 지축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이러한 중위도에 분포하는 지하수"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하수 사용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인간이 물을 좀 더 아낀다면 지구 자전축의 비정상적 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활동들은 소중한 수자원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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