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브리아기 포식동물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는 학자들 생각과 달리 신체 구조가 연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이유로 아노말로카리스가 부드러운 먹이를 즐겼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AMNH) 고생물학자 러셀 빅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아노말로카리스가 지금껏 굳어진 이미지처럼 포악한 포식자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아노말로카리스는 입가의 거대한 부속지(줄기에 가지처럼 부착된 기관이나 조직)가 인상적인 고생물이다. 부속지를 활용한 무자비한 사냥법으로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지구 해양 생태계 정점에 군림한 것으로 생각됐다.

연구팀은 캐나다 로키산맥 버제스 혈암에서 발굴된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Anomalocaris canadensis)의 화석을 정밀 분석했다. 화석들은 평균 몸길이 약 60㎝로 아노말로카리스가 캄브리아기 해양 생물 중 큰 등급임을 입증했다.

캄브리아기 해양 포식자 아노말로카리스의 상상도 <사진=Katrina Kenny>

그간 고생물학자들은 덩치 큰 포식자 아노말로카리스가 우악스러운 부속지로 삼엽충을 덮쳐 딱딱한 껍질째 씹었다고 추측했다. 다만 화석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아노말로카리스가 부속지를 지키기 위해 먹이들의 연한 살을 먹은 것으로 생각했다.

러셀 박사는 "캄브리아기 삼엽충 화석 중에는 단단하고 튼튼한 외골격이 손상된 것이 더러 있다"며 "이는 아노말로카리스 같은 포식자들이 낸 상처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우리 연구에서는 아노마로카리스의 몸 자체가 연조직이 많고 부속지 역시 부드러울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게다가 아노말로카리스는 씹는 힘도 약해 딱딱한 조직이 많은 먹이는 피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삼엽충의 외골격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돼 방해석에 비유될 만큼 단단하다. 버제스 혈암에서 나온 5억800만 년 전의 아노말로카리스 화석의 3D 모델을 구축한 연구팀은 부속지가 먹이를 움켜잡을 때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을 발견했다.

캐나다 로키산맥 버제스 혈암에서 발굴된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의 화석 샘플들. app로 표기된 거대한 조직이 부속지(appendage)다. <사진=AMNH 공식 홈페이지>

러셀 박사는 "화석을 토대로 만든 3D 모델을 통해 우리는 우악스러운 아노말로카리스의 부속지가 실은 연약한 조직임을 알아냈다"며 "소중한 부속지가 상하지 않도록 아노말로카리스는 해양 생물 중 연조직이 많은 것을 노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사는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란 '캐나다의 기묘한 새우'라는 의미로, 우리는 지금까지 이 생물이 아주 포악하고 억센 줄로만 생각했다"며 "부드러운 부속지는 먹이 활동보다는 물에서 빠르게 헤엄치게 돕는 오리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노말로카리스의 의외의 면이 발견되면서 지금까지 정립된 캄브리아기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훨씬 복잡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