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특징을 요약할 때 목소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목소리는 외모와 더불어 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좋은 음성을 가진 사람은 남들에게 호감을 주기도 쉽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도 어쩔 수 없이 변화한다. 우리 목소리는 어떻게 나오며, 나이가 들면 왜 바뀌는 걸까.
◼︎애초에 음성은 어떻게 나오는가
우리의 목소리는 성대에 의해 만들어진다. 성대는 후두에 자리하는데, 공기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이해하면 된다. 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가 지날 때마다 성대는 진동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소리가 바로 음성이다.
성대는 폐에서 나온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기관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복잡하다. 성대를 구성하는 근육만 총 17개다. 이들의 긴장 상태에 따라 목소리가 조정된다. 덕분에 사람 음성의 표현력은 다른 동물보다 우수하다. 또한 지문이 그러하듯, 성대도 사람마다 생김새가 제각각이어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남녀의 목소리가 다른 이유는
사실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큰 차이가 없다. 어릴 때는 성대가 내는 소리가 거기서 거기다. 다만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녀 목소리가 달라진다.
남성의 경우 사춘기에 접어들며 목젖이 튀어나오고 성대가 길어진다. 여성의 성대는 사춘기가 지나면서 짧아지고 20~30% 더 가늘어진다.
미국 의사들이 2020년 낸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성인의 평균 성대 길이는 남성이 약 16㎜, 여성이 약 10㎜다. 여성의 목소리가 얇고 음역대가 높은 이유는 성대가 짧고 얇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차는 있으므로 일부 남성은 여성 뺨치는 고음을 낸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음성의 질에 영향을 준다. 황체기에는 여성 성대의 점액 분비가 가장 활발해 목소리가 예쁘다. 이를 염두에 두는 가수도 있다. 생리 때가 되면 성대 주변이 충혈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배란이 억제돼 목소리의 변화가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젊은 시절 목소리, 오래 유지하려면
나이가 들면 목소리의 질 자체가 변한다. 원인은 간단하다. 나이 탓에 몸 구석구석이 쇠약해지듯 목소리를 내는 성대도 노화한다. 이에 따라 후두에 미네랄 양이 늘어나면 기관 자체가 단단해진다.
성대에는 갑상 연골 및 피열 연골을 잇는 인대가 자리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이런 인대의 탄성이 떨어지고 단단해져 목소리가 변한다. 학자들은 성대의 유연성이 30대부터 떨어진다고 본다. 폐 근육이 쇠약해지면 공기를 뿜기 어려워지고 성대를 지켜주는 점액도 줄어든다. 때문에 젊었을 때 윤기 있고 탄력이 넘치던 목소리는 나이가 들어 쉰 음성으로 변화한다.
가급적 젊은 시절 목소리를 유지하려면 흡연과 음주를 피해야 한다. 담배 연기나 알코올은 염증을 일으키고 점막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는 성대에 손상을 주고 목소리의 울림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후두염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약제도 음성에 영향을 준다. 잦은 위산 역류는 성대 염증이나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가수나 교사 등 목에 부담을 주기 쉬운 사람들은 라인케 부종을 조심해야 한다. 성대 점막에 자리하는 라인케 공간에 부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쉽게 말해 성대에 물이 고여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잦은 흡연이나 음주도 라인케 부종을 부른다.
신체를 잘 단련하면 오래 쓸 수 있듯, 성대도 올바른 방법으로 매일 잘 사용하면 수명이 늘어난다. 학자들은 매일 적당한 크기로 책을 읽거나 노래할 것을 추천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