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취향과 성격 사이의 연관성은 분명 존재하며, 이는 모든 국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명예 교수 데이빗 그린버그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을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세계 50개국 35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실험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음악적 취향이 같은 사람은 성격도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는 전에도 나왔지만 국가와 인종에 관계없이 인류 전체에 적용된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실험자들은 다섯 가지 성격적 특성과 음악 취향의 연관성 조사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별로 성격 테스트를 실시하는 동시에 자주 듣는 음악(총 23개 장르)이 무엇인지 물었다. 뮤직비디오 클립을 보여주고 그 내용을 평가하는 테스트도 이뤄졌다.
이를 통해 연구팀이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교적·외향적 성격일수록 밝고 빠른 현대적 음악을 선호
▲성실한 성격은 담백한 음악을 좋아하며 격렬한 곡은 싫어함
▲협동심이 강한 사람은 거침없는 음악을 좋아함
▲개방적인 사람은 세련되고 격렬한 음악을 즐김
음악 선호도와 성격 사이의 연관성은 국가나 문화, 지역에 관계없이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이었다. 그린버그 박사는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이나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 케이티 페리의 웬 아임 곤(When I'm Gone) 등 시대나 장르에 관계없이 특정 음악에 심취한 사람은 영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성격이 모두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재미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현대적 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은 중남미를 비롯한 적도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향후 기후가 음악적 취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반면 아직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신경증 경향이 있는 사람이 격렬한 음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린버그 박사는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차분한 곡을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신경증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격렬한 곡을 좋아하는 것은 마음에 품은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음악이 분단된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는 점을 이번 조사가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보편성 있는 음악에는 분단된 사회를 하나로 묶는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고도 추측했다.
그린버그 박사는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외부 그룹에 소리를 들려주면서 가치관이 비슷한지, 자원을 공유할 수 있을지, 싸울지를 판단했다”며 “오늘날 음악은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이므로 이를 이용하면 사람들과 문화를 연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