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신약 개발 시 필요했던 동물 실험을 의무화 조항에서 제외했다. 동물 실험이 완전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 권리 제고를 외치던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새로운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제약사들로서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으로 오가노이드(organoid)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9월 말 상원을 통과한 'FDA Modernization Act 2.0', 일명 'FDA 근대화법 2.0'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신약 개발의 동물 실험 의무화가 철폐됐다고 최근 밝혔다.

FDA는 신약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제약사가 새 약을 개발할 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전 동물 실험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법이 개정되면서 제약사들은 다른 검사 방법을 자유롭게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 희생돼 왔다. <사진=pixabay>

FDA는 "동물 실험을 건너뛰고 직접 사람 임상시험을 하는 것도 가능하며, 계속 동물 실험을 할 수도 있다"며 "새 법은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및 화장품의 안전성을 감독하기 위해 1938년 통과된 미국 연방 식품 의약품 화장품법의 수정 법안"이라고 소개했다.

법 개정 전 FDA는 생쥐 등 설치류 1종과 원숭이나 개 등 설치류 외의 동물 1종을 이용해 의약품을 실험하도록 했다. 이 법의 개정을 발의한 랜드 폴(60) 상원 의원은 "새로운 법은 동물의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다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약이 단기간에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국가, 제약회사, 학계가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많은 실험에서 수많은 동물이 고통을 받고 죽은 것이 사실이다. 제약회사들은 희생된 동물을 묻고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이 전부여서, 동물단체들은 동물권 보장을 위한 관련 법 손질을 요구해 왔다.

오가노이드는 뇌부터 폐, 심장 등 인체의 주요 장기를 세포배양을 통해 뽑아내는 기술이다. <사진=pixabay>

동물학자들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힘을 보탰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도널드 잉버 박사는 "사람이 만든 동물 모델은 옳은 것보다 잘못된 경우가 많다"며 "동물 실험을 대체할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법을 개정하는 것은 인간의 마땅한 의무"라고 전했다.

제약업체들은 임상시험 전 동물 실험이 100% 막힌 것은 아니지만 대체 수단을 강구할 처지가 됐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사람의 실제 장기 기능을 구현하는 오가노이드가 상당히 주목받을 전망이다. 수년간 연구가 활발한 오가노이드는 소형 조직을 포함하는 마이크로칩으로 컴퓨터 모델링이나 복잡한 장기의 상당수를 복제할 수 있다. 뇌 연구 활용이 기대되는 미니 뇌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오가노이드 같은 인공장기 기술이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 동물 실험을 100%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동물단체들은 FDA의 법 개정이 환영할 만하지만 장기적으로 동물권 완전 보장을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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