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서 몸 색깔을 자유롭게 바꾸며 먹이활동을 하는 유리오징어(glass squid)가 카메라에 잡혔다. 유리오징어는 몸이 유리처럼 투명하며, 필요에 따라 심해에 녹아든 것처럼 짙은 색으로 위장술을 부린다.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는 12일 공식 SNS를 통해 약 2000m 심해에서 우연히 잡힌 유리오징어를 소개했다.

유리오징어는 피부색을 내는 물질 색소포를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이는 다른 두족류도 마찬가지인데, 유리오징어는 평소 몸이 유리처럼 투명해 독특한 이름이 붙었다.

2000m 심해에서 포착된 유리오징어 <사진=MBARI 공식 홈페이지>

MBARI 관계자는 "심해는 숨을 곳이 별로 없다. 그런 환경에서 의지가 되는 것이 유리처럼 투명한 몸"이라며 "유리오징어는 평소 투명한 피부로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는데, 내장기관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갑각류와 달리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킬 껍질이 없는 문어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에게 색소포는 유용한 생존 무기"라며 "먹이 몰래 숨었다가 덮칠 수 있어 색소포는 방어뿐 아니라 공격 수단으로도 활용된다"고 전했다.

두족류의 피부 내에는 색소포가 든 작은 주머니가 존재한다. 이를 여닫아 몸의 색깔을 바꾼다. MBARI에 따르면, 유리오징어는 보통 이 주머니를 닫은 채 지내다가 포식자에게 발견되면 짙은 바다색으로 변해 위장 효과를 한층 끌어올린다.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평소 몸 색깔을 투명하게 유지하는 유리오징어. 내장기관이 다 보인다. <사진=MBARI 공식 홈페이지>

MBARI 관계자는 "투명 전술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심해의 어두운 환경에 섞이기 위해 바로 색소포를 활용, 몸 색깔을 짙게 만든다"며 "최후의 수단으로는 먹물을 휙 내뿜어 포식자를 혼란시킨다. 이 틈을 타 도망친다"고 말했다.

MBARI는 유리오징어 등 많은 생물이 사는 심해 생태계가 인간의 광물 채굴로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에 꼭 필요한 광물을 캐기 위한 작업은 허용하되, 이런 활동이 심해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MBARI는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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