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의 표면 조성이 둘로 나뉜 희한한 백색왜성이 발견됐다. 학자들은 항성이 얼굴 두 개를 갖게 된 이유를 자기장의 영향이라고 추측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연구팀은 1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표면의 한쪽은 수소, 다른 한쪽은 헬륨으로 구성된 백색왜성 'ZTF J203349.8+322901.1'을 소개했다.

'ZTF J203349.8+322901.1'은 백조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1300광년 떨어져 있다. 미국 팔로마 천문대의 관측 장비 ZTF(Zwicky Transient Facility)로 이 백색왜성을 잡아낸 연구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정에 설치된 W.M. 케크 천문대의 케크 망원경 분석 과정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지표 한쪽에서는 수소, 한쪽에서는 헬륨이 검출된 백색왜성 'ZTF J203349.8+322901.1'의 상상도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케크 망원경을 통한 'ZTF J203349.8+322901.1'의 분광 관측 결과 약 15분 주기로 자전하는 이 항성의 한쪽이 지구를 향할 때는 수소, 반대쪽이 지구를 향할 때는 헬륨만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색왜성의 표면이 수소와 헬륨 등 서로 다른 원소로 대략 절반씩 나눠진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마치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 야누스처럼 이 천체는 양분된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색왜성은 항성 초기 핵의 열로 밝게 빛나다가 점차 차가워진다.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백색왜성의 경우 가벼운 원소가 위로, 무거운 원소가 아래로 이동하면서 대기 상부에 수소가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 백색왜성의 온도가 내려가면 나뉘었던 물질이 섞이는데, 일부 백색왜성은 수소보다 헬륨의 양이 많아지기도 한다.

'ZTF J203349.8+322901.1'에 나타나는 원소의 양면성은 천체 자체의 자기장이 원인으로 보인다.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ZTF J203349.8+322901.1'은 표면이 수소 위주에서 헬륨 위주로 막 옮겨가는 단계일 것으로 봤다. 두 원소가 마치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천체를 양분한 이유로는 강력한 자기장을 꼽았다.

조사 관계자는 "이 천체 주변의 자기장은 비대칭이거나 한쪽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자기장은 물질이 혼합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백색왜성 한쪽 자기장이 강하면 물질이 섞이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표면에 수소나 헬륨 하나가 많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32억 화소 카메라 LSST가 설치되고 있는 베라 루빈 천문대 <사진=베라 루빈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이어 "백색왜성의 대기 압력이나 밀도의 변화 역시 원인으로 추측된다"며 "자기장 때문에 대기 중 기체의 압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천체에서 자기장이 가장 센 장소에 수소가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칼텍 연구팀은 'ZTF J203349.8+322901.1'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기 위해 비슷한 백색왜성을 추가로 관측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가 칠레 베라 루빈 천문대에 설치 중인 32억 화소 카메라 LSST 같은 차세대 장비에 희망을 걸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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