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뼈로 가득한 시베리아 남부 동굴은 고대 하이에나의 소굴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성질이 포악한 하이에나는 고대에는 덩치가 현생종보다 훨씬 커 여러 동물을 사냥한 것으로 학자들은 파악했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V.S.소볼레프 지질·광물학 연구소는 2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2018년 시베리아에서 처음 발굴된 광범위한 동굴은 고대 동굴 하이에나(Crocuta crocuta spelaea)의 집단 서식지라고 전했다.

이 동굴은 시베리아 남부 하카시아공화국 주민들이 처음 발견했다. 다만 상당한 벽지여서 2022년 6월에야 V.S.소볼레프 지질·광물학 연구소 전문가들이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온전하게 보존된 동굴하이에나 두개골 <사진=V.S.소볼레프 지질·광물학 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학자들은 동굴에서 약 4만2000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에 살았던 포유류와 어류, 조류, 양서류 등 다양한 동물의 뼈를 발견했다. 시베리아는 영구 동토인 관계로 동물의 사체가 화석이 되지 않고 얼어붙어 보존되는 경우가 적잖다.

조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고대 하이에나 서식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 한다"며 "발견된 뼈들은 260만 년 전부터 1만1700만 년 전 갱신세에 살았던 동굴하이에나를 비롯해 불곰, 여우, 늑대 등 포식동물과 매머드, 코뿔소, 야크, 사슴, 말, 설치류, 조류, 물고기, 개구리 등 먹잇감이 된 동물의 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포식자의 뼈가 존재하는 것은 아마 죽은 뒤 하이에나 무리에 의해 동굴로 끌려온 사체로 보인다"며 "수거한 뼈는 무려 400㎏에 달할 정도로 많다"고 전했다.

2018년 시베리아 남부에서 발견된 갱신세 동굴. 동물 뼈로 가득하다. <사진=V.S.소볼레프 지질·광물학 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연구소가 이 동굴을 하이에나의 소굴로 판단한 이유는 4만2000년 전 동굴하이에나의 온전한 두개골이 두 개 나왔기 때문이다다. 다른 동물의 뼈에는 하나같이 하이에나의 이빨 모양과 일치하는 흔적이 뚜렷하게 남았다.

조사 관계자는 "동굴하이에나는 갱신세 중기 이후 번영해 유라시아 대륙 곳곳의 동굴에 무리 지어 살았다"며 "땅딸막한 체격에 머리가 크고 목이 앞으로 돌출된 점에서 지금의 하이에나와 흡사하며 현생종 중 가장 큰 점박이하이에나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말했다.

고대 동굴하이에나는 현생종 점박이하이에나(사진)보다 훨씬 컸다. <사진=pixabay>

이어 "하이에나 새끼들의 완전한 두개골과 함께 유치가 박힌 아래턱도 나왔다"며 "보통 어린 하이에나의 뼈는 부서지기 쉽고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점에서 새끼들은 아마 동굴에서 태어나고 자랐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추가 분석을 위해 동굴에서 나온 뼈 일부를 예카테린부르크 분석 센터로 보냈다. 학자들은 아득한 옛날 동물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후는 어땠는지 등 고대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