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미와 전략 게임을 통해 고대 병법을 입체적으로 검증하는 실험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서호주대학교(UWA)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고대 병법을 대표하는 소수정예와 인해전술의 효과는 전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강력한 무기나 압도적 무력을 가진 소수정예가 유리한지, 아니면 개개의 힘은 약해도 많은 병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옳은지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팀은 인기 전략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와 실제 개미들을 동원해 이 오랜 의문을 풀고자 했다. 그 결과 게임과 개미 세계에서 모두 고대 병법의 이치가 통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전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사진=포가튼 엠파이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법은 병사 개인의 힘과 수의 힘이 최적의 균형을 찾으려면 전장의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전장이 복잡하면 소수정예로 전략적 요지를 점령하는 것이 상책이다. 전장이 단순하다면 개개인은 약해도 수의 힘으로 압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선 연구팀은 고전 전략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로 실험에 나섰다. 빠른 속도와 힘으로 적을 제압하는 게임 내 최강 유닛 튜턴족 나이트와 머릿수로 적을 상대하는 일반 전투 유닛 검병(Two-handed Swordsmen)을 선택했다.

실험 관계자는 "성능에서 예상되듯 나이트와 검병이 일대일로 싸울 경우 모두 나이트의 승리로 끝났다"며 "다만 검병의 수가 늘면 나이트도 버거워지는데, 전장이 복잡할 경우 나이트 혼자 상대할 수 있는 검병의 수는 그만큼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후 연구팀은 몸집이 다른 두 종의 개미를 싸우게 했다. 검병 역할로는 아르헨티나 개미를 골랐다. 몸길이 약 2㎜로 작지만 번식력이 강하고 공격적이다. 나이트에 해당하는 개미는 힘이 세고 덩치가 6~12㎜나 되는 호주 고유종 고기개미를 택했다.

지형이 복잡할 때 덩치 큰 개미가 작은 개미 여럿을 상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체중만 따지면 아르헨티나 개미와 고기 개미는 40배까지 차이가 벌어진다"며 "200마리의 아르헨티나 개미가 있는 공간에 고기개미 20마리를 넣자 하루 만에 아르헨티나 개미가 전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기개미 쪽도 피해가 확인됐는데, 공간이 복잡할수록 죽는 개체가 적었다. 즉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와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힘이 센 개미들은 전장이 복잡할 경우 머릿수로 몰아붙이는 적을 보다 많이 상대할 수 있었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실험에 적용한 병법은 고대 중국은 물론 1차 세계대전에서도 주목받은 군사 이론과 딱 들어맞는다'며 "게임이나 실제 세계에서도 환경의 복잡성은 개인의 힘과 수의 힘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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