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는 돌을 의도적으로 둥글게 쪼아 구체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0만 년도 더 된 천연 스페로이드(spheroid)의 정체를 밝혀낼지 모를 단서에 고고학계 관심이 쏠렸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 고고학 및 인류학 연구팀은 11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약 140만 년 전 초기 인류의 뼈와 함께 출토된 작은 돌 구체들은 의도적으로 제작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소개된 돌 구체는 테니스공 크기로, 140만 년 전 인류의 흔적을 간직한 이스라엘 북부 우베이디야 유적에서 나왔다. 수백 개나 되는 돌 구체는 발굴 당시부터 큰 관심을 끌었는데, 그 정체는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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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초기 인류가 돌을 완벽한 구체로 만들기 위해 정교하게 깎아냈다는 가설에 무게를 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우베이디야 유적의 돌 구체 150개를 모아 3D 분석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돌들이 분명한 의도에 의해 둥글게 깎였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조사 관계자는 "정확히 인류의 어느 계통에 속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이 초기 인류는 순수하게 이상적인 구형을 만들려 했을 것"이라며 "우베이디야의 돌조각들은 초기 인류가 반들반들한 돌 구체를 만들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이나 개울 등 자연 상태의 조약돌은 보다 매끄러운 공 모양이 되기는 하지만 진정한 구형에 가까워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돌 구체들은 인류의 조상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았고, 정신적으로 상당히 발달돼 있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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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머나먼 고대 인류가 특정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지 능력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고대 인류 흔적이 많은 탄자니아 올두바이 조지 계곡에서 나온 200만 년 전 돌 구체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고대 인류는 동물의 살을 부드럽게 하고 식물을 으깨는 도구로 돌 구체를 썼다는 가설이 있지만 정확한 목적은 알 수 없다"면서도 "돌 구체가 의도를 갖고 가공됐다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고대 인류와 함께 발견된 더 많은 도구들의 진짜 목적에 가까이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