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에 담긴 채 무덤에서 숙성된 와인을 즐기는 희한한 시음회가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열린다. 와인의 묘지 숙성을 인증하고 망자의 저주를 막기 위해 입회한 퇴마사(엑소시스트)는 불길하다며 시음회 초대를 정중히 거절했다.

영국 와인 업체 19 크라임즈(19 Crimes)는 2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초자연 현상을 찾아 헤매는 팬들을 위해 핼러윈데이 시즌에 맞춰 마련한 세계 첫 무덤 숙성 와인 시음회가 열린다고 공지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레드와인 100병이 담긴 통나무 관을 영국 런던 이스트 엔드의 타워 햄릿 묘지 공원에 파묻었다. 와인 숙성을 위해 특별 제작된 관은 퇴마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타워 햄릿 묘지 공원 지하 2m에 묻혔다. 

실제 묘지에서 1년간 숙성한 와인은 이렇게 특별 포장돼 시음회에 공급된다. <사진=19 크라임즈 공식 홈페이지>

19 크라임즈 관계자는 "이달 다시 파낸 관을 확인한 결과 1년 숙성한 와인 100병은 멀쩡했다"며 "폴터가이스트 현상부터 각종 초자연·심령 현상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특별 시음회 초대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업체는 의심 많은 초자연 현상 마니아들을 위해 관을 파낼 때도 퇴마사를 대동했다. 망자들 사이에서 1년간 잠든 와인을 다시 꺼내는 상황을 지켜본 퇴마사 이안 로만은 "해골이 그려진 병에 담긴 와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과 1년이나 함께 있어 매우 불길하다"며 "실제 시신이 묻힌 땅 2m 밑에서 1년간 갖은 저주에 걸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와인이 담긴 오크 관을 운반하는 운구 마차 <사진=19 크라임즈 공식 홈페이지>

19 크라임즈의 와인 시음회는 퇴마사들의 만류에도 인기 절정이다. 저주를 걱정하는 퇴마사들의 의견과 관련, 업체 관계자는 "사악한 기운이나 저주가 산 자들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퇴마사들을 부른 것"이라며 "실력 좋은 퇴마사들이 입회했으므로 저주 따위가 붙어왔을 리 없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관 숙성 와인 시음회는 심령 현상이 빈발하는 영국의 고스트 스폿 5군데에서 오는 27~28일 열린다. 이 중에는 살인마 잭 더 리퍼의 희생자 2명의 단골 주점으로 유명한 런던 텐 벨스와 작가 브램 스토커가 '드라큘라'(1897)를 집필할 당시 영감을 얻기 위해 찾은 스코틀랜드 애버딘 고성 슬레인스 캐슬이 포함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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