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생물의 거처를 만들어 파괴된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굴 껍데기 블록에 시선이 쏠렸다. 성능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세계 각지에 도입될 전망이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리프 디자인 랩(Reef Design Lab)은 24일 공식 채널을 통해 굴 껍데기와 콘크리트를 섞어 만든 블록을 소개했다. 이 블록은 조개나 문어, 산호, 해조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업체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이나 오염 물질 방출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에 주목해 왔다. 한 번 떠난 해양 생물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해당 지역이 황폐화한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
업체 관계자는 "호주의 광활한 포트 필립 만에는 다채로운 해양 생태계가 존재했다. 다만 최근 대규모 개발로 산호초가 사라졌고 광범위한 연안 침식과 동식물 서식지 파괴가 빈발했다"며 "이대로라면 2100년이면 현재 해안선은 완전히 수몰된다"고 전했다.
리프 디자인 랩은 해양 생물들의 거처를 인공적으로 만들면 생태계 복원이 빠를 것으로 봤다. 여기서 골치 아픈 폐기물 취급을 받는 굴껍데기를 떠올렸다. 수많은 굴껍데기를 틀에 넣고 콘크리트를 섞어 만든 원뿔 형태의 블록을 포트 필립 만 연안 곳곳에 배치하고 효과를 들여다봤다.
업체 관계자는 "폭 약 2m의 블록은 콘크리트와 굴껍질 외에는 어떤 재료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만들기 쉽고 값싼 블록은 얼마 안 가 문어나 산호, 조개 등의 은신처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리프 디자인 랩에 따르면, 블록을 포트 필립 만 연안에 설치한 6개월 뒤 여러 종류의 갑각류와 산호류, 해조류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때 씨가 말랐던 붉은 가오리까지 돌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학계는 이번에 개발된 블록이 해양 생태계 보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향후 보다 복잡한 형상의 구조물을 만들면 보다 많은 해양 생물이 들어가 서식하고, 파도로 인한 연안 침식까지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체 관계자는 "굴 껍데기 블록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수중 생물로 뒤덮여 원래 어떤 형상을 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수많은 산호가 블록에 달라붙게 되면 포트 필립 만에서 자취를 감춘 산호 군락의 복구까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