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세균을 넣은 '살아있는 페인트'가 화성이나 다른 천체의 탐사에 나선 우주인들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사막의 세균을 함유한 페인트가 화성에서 충분한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 중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조하고 물이 부족한 극한의 환경에 사는 크루코시디옵시스 쿠바나(Chroococcidiopsis cubana)를 섞은 '그린 리빙 페인트(Green Living Paint)'를 만들고 있다. 크루코시디옵시스 쿠바나는 남조류의 일종으로 극소량의 빛과 물만 있어도 살아가며 광합성도 가능하다.

라텍스와 나노 클레이 입자를 섞어 남조류를 가둔 그린 리빙 페인트의 구조 <사진=서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을 주도한 서리대 시몬 클링스 교수는 "크루코시디옵시스 쿠바나를 섞은 페인트를 바르고 한 달간 관찰해 보니 주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우리 의도대로 산소를 뿜어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살아 숨 쉬는 페인트는 산소가 희박해 인간이 살 수 없는 다양한 천체의 개발에 유용할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로 인해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구에서도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루코시디옵시스 쿠바나를 포함한 남조류는 극소량의 빛만 있으면 광합성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끈질기게 사는 남조류는 사막은 물론 아득히 깊은 동굴, 심지어 해저에서도 생존한다.

남조류를 산 채로 가두기 위해 고안된 그린 리빙 페인트의 구조도. 나노 클레이 입자와 할로이사이트 등이 포함됐다. <사진=서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그린 리빙 페인트'가 30일간 산소를 꾸준히 방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살아있는 세균을 층층이 끼워 넣은 도료는 수분 보충이나 세포 수송이 가능하도록 다공질인 동시에 일정 수준 단단하고 생물에도 해가 없어야 하므로 개발이 만만찮다.

클링스 교수는 "시행착오를 거쳐 라텍스와 나노 클레이 입자, 할로이사이트를 섞어 세균을 안전하게 가두는 방법을 고안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번에 실험 중인 '그린 리빙 페인트'"라고 말했다.

'그린 리빙 페인트' 1g이 방출하는 산소는 하루 최대 0.4g이다. 즉 1㎏을 벽체나 우주선 내부에 칠해 놓으면 24시간 동안 산소 400g이 뿜어져 나온다. 당연히 지금 수준으로 실용화는 무리다.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화성 등 천체에서 우주인이 숨 쉴 공기를 자체 조달하는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사진=pixabay>

클링스 교수는 "'그린 리빙 페인트'는 화성이나 달 탐사, 지구 온난화 대응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아직 발생하는 산소량이 적어 당장 우주개발에 투입할 수 없지만 남조류를 더 연구하면 산소통 없는 천체 개발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성인에 필요한 산소량은 하루 평균 700g이다. '그린 리빙 페인트'는 지구 밖의 천체에서 자체적으로 산소를 조달할 방법이라는 점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의 관심을 끌었다.

클링스 교수는 "화성에서 산소를 만드는 기술은 전진기지를 지을 건자재를 화성에서 뽑아내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다"며 "수많은 물자를 로켓으로 쏘아 올릴 필요가 없는 '그린 리빙 페인트'는 인류의 우주 개척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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