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위협하는 질병은 많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흔한 성인병부터 관절염같이 신체 기능이 떨어지며 찾아오는 질병들은 느긋하게 즐겨야 할 인생의 황혼기를 악몽으로 만들어버린다.

특히 세계적으로 급증세인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경계하는 병 중 하나다. 자신이 누군지도 잊게 만드는 치매는 정신과 육체가 붕괴할뿐더러 가족과 친구, 지인과 나눈 소중한 기억마저 앗아가는 최악의 병으로 악명이 높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령자(65세 이상) 치매 인구는 약 78만8000명이다. 오는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치매 인구의 증가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약 5800만 명이며, 2050년에 이르러 무려 1억5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할 경우 인지력 저하가 더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치매는 인지 기능 저하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활동 등 신체의 기본 기능이 저하되는 비참한 병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자는 매년 늘지만 아직 치료법이 없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통한다.

치매는 그 원인조차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이어진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논문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노인의 인지력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고 밝혔다. 사람이 반려동물로부터 심적, 육체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은 이미 밝혀졌지만, 고령자의 인지력 관련 조사는 그간 이뤄지지 않아 이 논문은 크게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동물과 동거가 고령자 인지력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65세 이상 남녀 2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2012년부터 2016년에 걸쳐 2년마다 설문조사 및 인지력 테스트를 진행하며 개인별 인지력 추이를 파악했다. 설문 내용은 반려동물의 유무, 반려동물 종류, 함께 하는 평균 시간 등으로 구성됐다. 

반려동물과 일상적으로 교감하는 사람은 심적 안정과 육체적 건강 등 다양한 이득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65세 미만 성인을 설문에서 배제한 이유는 기존 연구 때문이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서 65세 미만의 사람들에게서는 반려동물 유무에 따른 인지력 변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2012년 데이터 상으로 피실험자의 47%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 기간은 15년이 19%, 5년 이상이 28%로 각각 나타났다.
 
조사 결과 피실험자 중 5년 이상 반려동물을 키운 경우 인지 기능은 동물과 함께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안정적이었다. 장기간 동물을 기르는 것이 인지 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구조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뚜렷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지내는 것과 인지능력 간의 연관성은 언어 및 기억 분야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며 "지속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순간 혹은 나중에라도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전했다.

요즘은 고슴도치나 파충류 등 반려동물의 종류가 많아졌다. <사진=pixabay>

이어 "인지 기능 외에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발병 확률이 낮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며 "반려동물을 5년 이상 키운 사람은 동물을 키운 기간이 짧거나 아예 기르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운동량이 많고 체질량지수(BMI)가 낮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오랜 시간 동물을 키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심적·육체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즉 동물을 제대로 키우다 보면 자연히 본인도 관리하게 되며, 이것이 인지력 및 육체 능력이 유지되는 비결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부단한 교육이나 학습이 치매 발병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과 지내면 우울감이 덜해지고 주기적인 운동이 가능하며, 사회적 고립도 피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과 고혈압, 만성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은 치매 예방과도 연결된다.

연구팀은 다만 동물과 동거가 사람의 인지 기능 저하를 막아준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며,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향후 보다 광범위한 연령대의 피실험자를 동원해 장기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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