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충거미(Jumping spider)가 동료의 외형을 인식하고 계속 기억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뇌샤텔대학교 및 대만 타이베이의학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파리잡이거미로도 부르는 깡충거미는 거미류가 사회적 습성을 가졌다는 점을 처음 알려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사회적인 특성이 거미에게도 있는지 관찰했다. 생물이 다른 개체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기억력이 동원된 고도의 작업이 뒤따르는데, 당연히 뇌가 클수록 유리하다. 다만 흰개미나 벌 등 아주 작은 곤충들도 사회성을 보여주는 예는 얼마든 있다.

조사 관계자는 "사회라는 틀 안에 사는 생물에게 있어 자신 외의 개체를 기억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깡충거미는 서로 초면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행동 방식이 다른 점에서 전에 접촉한 상대를 기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깡충거미가 다른 개체의 외형을 인식하고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거미의 사회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깡충거미를 택한 것은 이 종이 거의 혼자 사는 생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생물들은 누가 동족이고 잠재적 동료인지 기본적인 것만 인식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연구팀은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깡충거미의 일종인 제왕깡충거미(학명 Phidippus regius)를 채집, 실험실에서 관찰했다. 이 거미는 몸길이가 5㎜ 안팎인 일반 깡충거미와 달리 20㎜ 넘게 자란다.

조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비사회적인 동물로 분류되는 제왕깡충거미를 서로 익숙하게 통 하나에 넣었다가 떨어뜨린 뒤 다시 붙여놨을 때 행동 양식이 의외로 전혀 달랐다"고 설명했다.

곤충의 사회성을 잘 보여주는 꿀벌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제왕깡충거미는 낯선 동료를 만났을 때 서로 다가가 관찰하며 흥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 접촉한 적이 있는 개체라고 확인되면 이런 행동을 멈췄다. 조사 관계자는 "익숙한 얼굴에는 별다른 접근 없이 서로 거리를 유지했다"며 "이는 먼저 경험한 다른 개체의 외형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제왕깡충거미 여러 개체를 반복해 실험한 결과 똑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은 깡충거미가 장기적인 사회적 기억을 바탕으로 개체를 인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동물의 사회성을 따질 때 학자들은 뇌의 크기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거미가 렘수면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작은 곤충도 지적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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