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식물로 여겨졌던 화석이 실은 거북이 새끼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식물학자 파비아니 에레라는 학술지 'Palaeontologia Electronica' 12월호를 통해 20년간 관목으로 잘못 분류된 고대 거북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Desmatochelys padillai) 화석을 소개했다.

화석은 총 두 점으로 크기는 각각 약 6㎝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콜롬비아 비야 데 레이바에서 발굴됐는데, 최초 발견자인 구스타보 후에르타 신부의 눈에는 고대 식물로 보였다.

학계는 화석을 신부의 최초 판단대로 멸종한 고대 식물로 분류했다. 다만 파비아니 에레라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엑토르 팔마 카스트로 교수와 재조사한 결과 성체가 180㎝(등딱지 110㎝)까지 자라는 고대 거북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의 화석으로 드러났다.

가장 오래된 거북 중 하나인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의 새끼 등딱지 화석 <<사진=엑토르 팔마 카스트로>

파비아니 에레라는 "데스마토켈리스 과는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큰 거북"이라며 "화석은 채 자라나지 못하고 화석으로 굳어버린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 새끼 두 마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스타보 신부는 아무래도 독특한 문양에서 화석을 설엽류(sphenophyllum)로 오해한 모양"이라며 "설엽류는 페름기와 쥐라기에 낀 삼첩기 초(2억5100만 년 전)에 멸종한 관목"이라고 덧붙였다.

파비아니 에레라는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 화석의 연대 측정에서 약 1억1300만 년~1억3200만 년 전 백악기 전기가 나오자 당황했다. 공룡과 함께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화석의 정체가 구스타보 신부 생각대로 고대 설엽류라면 연대 오차가 무려 1억 년 이상 나기 때문이다.

20년간 관목 화석으로 분류됐던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 새끼의 등딱지 화석(왼쪽). 오른쪽은 등뼈의 성장 패턴을 강조한 일러스트다. <사진=엑토르 팔마 카스트로>

엑토르 팔마 카스트로 교수는 "문제의 화석을 처음 보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화석의 문양은 아무리 봐도 식물의 엽맥 같지 않았다"며 "오히려 뼈라고 의심하고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화석이 새끼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의 등딱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멸종한 거북 속의 하나인 데스마트켈리스는 중생대 백악기 중기 약 9000만 년 전 바다에 서식했다. 길이가 6㎝에 불과한 만큼 새끼 거북들은 완전히 돌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며, 구스타보 신부가 엽맥으로 착각한 선은 뼈의 성장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

카스트로 교수는 "어린 거북의 등딱지는 매우 얇고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고대 거북의 새끼 화석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데스마토켈리스 파딜라이 화석 두 점은 보존 상태도 양호해 이 동물이 살던 시대의 생태계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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