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조직을 배양한 미니 뇌로 컴퓨터를 구축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언어 인식 및 수학 이론 이해가 확인돼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IUB) 뇌과학 연구팀은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사람의 뇌 조직을 배양해 제작한 생체 컴퓨터를 소개했다.

브레이노웨어(Brainoware)로 명명된 이 미니장기(오가노이드)는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구현하기 위해 개발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뇌를 구성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수는 평균 860억 개로, 이들이 최대 1000조 개의 시냅스로 연결된다”며 “각 뉴런의 결합체만 최대 1만개에 달하며 이것들이 항상 발화해 서로 소통하며 뇌 활동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진짜 뇌의 활동을 인공 시스템으로 재현하려는 그간의 시도들은 뇌의 대단함을 일깨워주는 결과밖에는 내지 못했다”며 “최근 각광받는 신경형태학 컴퓨팅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 및 인공신경망 학습에 걸리는 시간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뇌 조직을 배양한 미니 뇌로 컴퓨터를 구축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인디애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연구팀이 떠올린 것이 뇌 오가노이드다. 기계만으로 복잡한 뇌의 재현이 불가능하다면 진짜 뇌를 컴퓨터에 끼워 넣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다능성 줄기세포를 배양해 미니 뇌를 제작했다. 어디까지나 인공 뇌이고 사고나 감정 등 의식이 없지만 구조나 결합은 뇌와 똑같다. 연구팀은 이를 일반 컴퓨터에 연결해 브레이노웨어를 완성했다.

세부적으로 이 바이오컴퓨터는 인공 신경망의 일종인 리저버 컴퓨팅을 이용한다. 고밀도 전극 어레이를 통해 미니 뇌와 컴퓨터를 잇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지 여러 가지를 테스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남성 피실험자 8명이 일본어 모음을 발음하는 음성을 브레이노웨어에 들려주고 각 목소리만으로 발음한 사람을 구분하도록 지시했다”며 “브레이노웨어는 이틀간 학습한 뒤 78% 확률로 정답을 맞혔다”고 전했다.

사람의 뇌 조직을 배양한 미니 뇌(사진 위)와 그 신경 활성을 스캔한 화면(아래) <사진=인디애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연구팀은 수학의 복잡성을 가늠하는 에논 맵(Henon map) 실험도 진행했다. 에논 맵은 프랑스 수학자 미셸 에논이 고안한 수학 모델이다. 바이오노웨어는 나흘간 훈련을 거친 시점에서 장단기 기억 유닛을 갖춘 인공 신경망의 속도를 뛰어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브레이노웨어의 예측 정확도는 비록 인공 신경망에 뒤떨어졌지만 불과 10 분의 1 이하의 학습 시간만으로 거의 같은 확률의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며 “전기 자극에 반응해 변화를 재편성하는 브레이노웨어의 높은 가소성은 적응형 리저버 컴퓨팅 기술의 발달을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계는 실제 인간의 뇌 조직을 컴퓨터와 통합한 브레이노웨어가 고도의 바이오컴퓨터 기술을 완성할 힌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술을 더 다듬으면 바이오컴퓨터 기술은 미니장기의 기능 유지나 주변기기 소비전력량 같은 기술적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