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를 갈 때 물을 약간 뿌려주면 보다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대학교수의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오리건대학교 크리스토퍼 헨던 교수는 15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원두 가루에 물을 조금 뿌리는 것만으로 보다 맛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커피 맛을 연구해온 헨던 교수가 원두에 물을 뿌리라는 이유는 정전기다. 그는 “볶은 콩을 갈기 전 물을 약간 뿌리면 원두를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정전기를 억제할 수 있다”며 “원두를 갈면 마찰 대전이 생기면서 커피 가루가 흩날리고 균일하게 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렇게 갈린 커피 원두를 내릴 경우 물이 가루 층을 균일하게 통과하지 못해 추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모든 커피 가루가 고르게 밀집해 있는 상태가 이상적이지만 정전기는 이를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원두를 갈 때 생기는 마찰 대전을 줄일 방법을 다각도로 조사했다. 그 결과 최적의 재료로 떠오른 것이 물이다. 교수에 따르면 원두를 갈기 전 소량의 물을 더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에 포함된 커피 고형분 농도가 8.2%에서 8.9%로 증가했다. 수치는 작지만 커피 애호가들을 상대로 한 시음회에서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
사실 원두에 물을 조금 넣는 기법은 일부 커피 전문가 사이에 이미 알려졌다. 데이비드 로스라는 커피 전문가는 2005년 원두를 갈 때 물을 섞는 일명 ‘로스 드롭렛 테크닉(Ross Droplet Technique, RDT)을 고안했다. 다만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헨던 교수는 “데이비드 로스가 고안한 방법은 채널링(추출 시 물이 원두 가루의 밀도 차이 탓에 고르게 스며들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은 물론 추출 부족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맛있는 커피를 뽑아준다”며 “에스프레소 한 잔 기준 물 몇 방울이면 충분하니 커피를 즐긴다면 시도해 보기 바란다”고 추천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에스프레소에 초점을 맞췄고, 일반 커피에도 통용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커피 가루를 뜨거운 물에 담그고 압출하는 프렌치 프레스 방식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