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정 50년을 맞은 미국의 멸종위기종법(US Endangered Species Act, ESA)이 집중 재조명을 받았다. 지난 반세기 수많은 멸종위기종을 구해냈다고 평가되는 ESA는 앞으로의 반세기 동안에도 많은 야생동물을 인간이 만든 위기에서 구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제정한 멸종위기 동물 관련법 중 강제성이 가장 강한 ESA는 미국 내 동물의 40%가 터전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자 만들어졌다. 법에 따라 주된 활동을 벌이는 곳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어류야생동물국(DFW)이다. 양 기관은 이 법이 토대로 다양한 동물보호 활동을 펼쳤고, 불법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능동적인 대응에 나섰다.

ESA가 제정되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독수리나 미시시피악어, 플로리다매너티 등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을 보호할 구체적 방법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ESA는 줄잡아 300종의 야생동물 개체의 회복을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ESA는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다. 최근 족제비과 동물이 기후변화와 서식지 소멸로 생존을 위협받자 대규모 조사를 거쳐 법적 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국조 흰머리수리 <사진=pixabay>

NOAA는 "ESA에 의한 보호 대상은 연방법상 멸종위기종과 생존을 위협받는 준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들"이라며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남획 등으로 인간이 해당 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지, 현재 그 종을 보호하는 정책이 있는지 고려해 결정한다"고 전했다.

50년간 ESA의 보호를 받은 대표적인 동물은 흰머리수리다. 미국의 국조 흰머리수리는 1960년대 미국 본토에 서식하는 개체가 500마리 정도로 심각하게 줄었다. 사람들은 DDT를 대량으로 사용해 하천이 크게 오염됐고 중독된 물고기를 잡아먹은 흰머리수리 알은 껍질이 너무 약해 새끼가 부화하지 못했다. ESA 제정과 사람들의 뒤늦은 노력에 미국에는 약 30만 마리 이상의 흰머리수리가 서식하고 있다.

미시시피악어 회복에도 ESA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식지가 파괴되고 인간이 남획하면서 미국 남부 미시시피악어는 한때 10만 마리 정도로 줄었다. 현재 개체가 100만 마리 이상으로 늘었고 이미 1987년 멸종위기 목록에서 제외됐다.

미국, 캐나다에만 분포하는 북미 최대 조류 아메리카흰두루미는 한때 그레이트플레인스에서 멕시코만에 걸친 서식지에 1만 마리가 서식했다.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1941년 불과 21마리만 남았는데, 뒤늦게나마 법으로 보호되면서 현재 500마리 정도로 늘었다.

미시시피악어는 동물원 사육 및 방사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개체 수가 회복됐다. <사진=pixabay>

NOAA는 "멸종위기종법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법으로 1300종 이상을 보호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이렇게 범위를 넓히면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소송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이런 주장이 거짓 또는 기우임을 알게 해준다"고 전했다.

DFW는 "ESA에 따라 올해 10월 우리는 이미 멸종했을 괌큰박쥐와 검은가슴아메리카솔새 등 조류와 어패류 등 무려 21개 종을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다"며 "이들 상당수는 ESA가 없었다면 1980년대를 전후해 사라졌을 것"고 지적했다.

NOAA와 DFW는 올해 ESA의 단점을 보완하고 그간 성과를 낸 분야의 활동을 강화해 법 집행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멸종위기종 및 준멸종위기종 개체들이 불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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