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새가 영장류에 필적하는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특히 대상 영속성까지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돼 학계 관심이 쏠렸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코뿔새의 일종인 오리엔탈 파이드 혼빌(Oriental pied hornbill)이 가진 놀라운 인지 능력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영장류와 맞먹는 지능을 가진 새를 다년간 조사했다. 특히 까마귀와 앵무새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대상 영속성 파악에 집중했다. 대상 영속성이란 어떤 물체가 장애물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져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조류는 까마귀나 앵무새 외에 없다고 여겨졌다.

코뿔새의 일종인 오리엔탈 파이드 혼빌. 암수 모두 헌신적인 육아로 유명하다. <사진=pixabay>

오리엔탈 파이드 혼빌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며 성체의 몸길이는 약 60㎝다. 일부일처제로 암컷이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기 위해 진흙이나 열매, 나무껍질, 분비물 등을 섞어 높고 단단한 둥지를 만든다.

이 둥지는 외부에서 내부를 잘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덕분에 새끼는 천적의 습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연구팀은 먹이를 구해온 수컷이 둥지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데도 새끼의 존재나 위치를 잘 파악하는 점이 의아했다.

오리엔탈 파이드 혼빌이 대상 영속성을 이해한다고 생각한 연구팀은 총 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기획했다. 컵 3개를 새 앞에 늘어놓고 작은 먹이를 컵 하나에 넣은 뒤 고르게 했다. 새가 맞는 컵을 고르면 먹이를 급여했다.

코뿔새의 대상 영속성 파악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 <사진=ScienceAlert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Oriental pied hornbills (Anthracoceros albirostris) solve invisible displacement tasks' 캡처>

처음 먹이를 컵 하나에 넣자 새들은 부리로 해당 컵을 정확하게 가리켰다. 연구팀은 점차 수준을 높여 먹이가 든 컵을 다른 컵들과 이리저리 섞었다. 그럼에도 6마리 모두 속지 않고 진짜 컵을 알아챘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컵과 먹이 외에 또 다른 작은 커버를 준비했다. 직전까지는 먹이가 어떤 컵에 가려져 다른 컵과 어떻게 섞이는지 알면 됐지만 중간에 커버가 끼면서 문제가 한층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새 6마리 중 3마리가 먹이가 든 진짜 컵을 용케 골라냈다.

조사 관계자는 “마지막 문제는 고도의 인지능력은 물론 사물의 영속성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인 물체의 위치를 추측해야 풀 수 있다”며 “시야 밖에서 이뤄진 사물의 움직임을 새들은 기억력과 공간적·논리적 추론을 통해 파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정성스러운 육아가 오리엔탈 파이드 혼빌의 인지능력을 강화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흥미롭게도 맨 마지막 실험에서 정답을 맞힌 새 3마리 모두 육아 경험이 풍부했다.

조사 관계자는 “테스트 개체 수가 너무 적어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육아가 보다 고도의 대상 영속성 확인 능력을 키웠을 가능성은 있다”며 “영장류에 필적하는 인지능력을 가진 새가 까마귀, 앵무새 외에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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