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 등 긴수염고래과가 독특한 노랫소리를 내는 비결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 일부 해명됐다. 긴수염고래과는 동료와 소통하거나 짝짓기 상대를 유혹할 목적으로 노래한다고 여겨지는데, 숨을 멈춘 상태로도 내는 이들의 발성은 오랜 수수께끼였다.

남덴마크대학교(USD) 해양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긴수염고래과가 물속에서도 발성하기 위해 다른 고래와 생리학적으로 다른 후두낭을 가졌다고 전했다.

노래하는 고래로 널리 알려진 긴수염고래과는 인간과 달리 숨을 멈춘 채로도 소리를 내는데, 그 구조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학자들은 긴수염고래의 후두낭이 희한한 발성과 관련됐다고 생각했지만 그 구조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혹등고래의 후두낭. 분홍색으로 칠해진 U자형 기관이다. <사진=PATRICIA JAQUELINE MATIC>

살아있는 긴수염고래를 해부하거나 영상 장비로 스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학자들은 좀처럼 후두낭 샘플을 얻기 힘들었다. 죽은 고래가 유일한 희망이지만 발견된 시점에서 부패가 시작되기 때문에 신선한 조직 샘플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연구팀은 다행히 연구소 근처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고래가 3마리나 발견되면서 후두낭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 마침 연구소 인근 바다에 뜬 고래 3마리는 혹등고래와 밍크고래, 정어리고래로 모두 긴수염고래과였다.

조사 관계자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확률로 긴수염고래과의 온전한 후두낭을 채취할 수 있었다"며 "각 고래의 후두낭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같은 긴수염고래과라도 노랫소리나 발성법이 조금씩 달랐다"고 전했다.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혹등고래 <사진=pixabay>

각 후두낭을 CT로 스캔한 연구팀은 하나씩 차례로 천천히 공기를 불어 넣었다. 조사 관계자는 "당초 후두낭 가장자리가 맞닿아 소리를 낸다고 여겼으나, 연구 결과 U자형의 단단한 후두낭 구조가 지방층을 누르고, 이 층이 진동하면서 소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특수한 구조 덕에 고래는 물을 마시지 않으면서 노랫소리를 내고 공기를 재사용할 수도 있다"며 "고래 조상이 약 5000만 년 전 바다로 들어가던 시기에 이런 적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일반론이 되기에는 샘플이 너무 적다고 인정했다. 기회가 된다면 긴수염고래과 외의 고래들도 조사해 연구의 타당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고래의 후두낭은 300Hz(헤르츠) 이상의 주파수나 100m 이상 물속에서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고래가 내는 수심과 주파수 대역은 바다의 인공적인 소음 범위와 거의 일치한다"며 "이런 점에서 해상풍력발전소 등 바다의 소음 공해 개선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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