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주목받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피라미드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철회됐다. 인간이 직접 피라미드를 쌓아 올린 증거가 없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국제 고고학 저널 'Archaeological Prospection'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해 11월 채택된 인도네시아 구능 파당(Gunung Padang) 관련 연구 보고서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영국 카디프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구능 파당의 피라미드에 관련된 조사 보고서가 제법 논리정연하고 사용한 자료도 인정할 만하지만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반둥 국립연구개발청(BRIN) 고고학자들도 1만2000년 전부터 6000년 전, 이 지역 동굴에 고대인이 살았지만 그들보다 수천 년 전 이 건축물을 만든 인간이 존재한 증거는 구능 파당 주변에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발굴 작업이 계속되는 구능 파당 <사진=RaiyaniM>

BRIN 관계자는 "앞서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피라미드의 유기 토양 샘플 연대가 2만7000년 전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토양 샘플에서 뼛조각이나 목탄 등 인간의 활동을 나타내는 흔적은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고고학·역사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구능 파당 유적이 영국 스톤헨지나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앞서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거대 석조 건축물군이라고 주장했다.

자와바라트주 치안주르 산정(885m)에 자리한 구능 파당은 1890년 처음 발굴됐다. 이후 오랜 기간 학자들이 조사했는데, 연구팀은 이곳이 고대 용암으로 이뤄진 자연 언덕을 세심하게 조각한 결과물, 즉 엄연한 건축물이며, 연대는 대략 1만6000년 전에서 2만7000년 전이라고 추측했다.

구능 파당의 전경. 카디프대학교 및 BRIN 고고학자들은 고대인이 나무 등을 이용해 산정에 건물을 지었지만 거대한 피라미드 자체는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고 결론 내렸다. <사진=Danny Hilman Natawidjaja>

연구팀의 주장은 당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구능 파당은 석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됐다는 튀르키예 괴베클리 테페(약 1만1000년 전)를 앞서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2011~2015년 구능 파당을 현장 조사한 뒤 지난해까지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지질학자, 지구물리학자가 참여했고 BRIN의 지원으로 굴착기와 탐지 레이더, 지하 영상처리기 등 다양한 장비까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구능 파당이 고대인이 나름 고도의 기술을 동원해 만든 건축물이며, 용암이 1차적으로 형성한 산정의 구릉을 사람들이 일일이 깎아냈다고 봤다. 이들은 구능 파당의 최심부 깊이가 30m에 이르며, 다양한 비밀 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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