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로 단명한 북주 무제 우문옹의 실제에 가까운 얼굴이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복원됐다. 역사서 속 초상화로 남은 유명한 인물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는 DNA 분석 기술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중국 푸단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28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된 조사 보고서를 통해 북주 무제의 30대 중반 얼굴 복원 과정을 소개했다. 무제(543~578년)는 중국 북조 국가 중 하나인 북주(556~581년)를 18년간 통치한 3대 황제다.

연구팀은 약 1500년 전 남북조 시대, 가장 단명한 북주를 최장기간 다스린 통치자 무제의 유골에서 DNA 샘플을 추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무제의 상세한 생김새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그림 속 얼굴과 차이가 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DNA 분석과 두개골 3D 스캔 등을 통해 복원된 중국 북주 무제의 얼굴 <사진=푸단대학교·커런트 바이올로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무제는 현재의 중국 북부와 북동부, 고대 몽골까지 점령한 기마 민족 선비족 출신"이라며 "무제는 동아시아 또는 동북아시아계의 전형적인 얼굴로 보이며, 선비족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유형을 대표하는 인물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고대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알려면 역사책이나 바위 등에 그려진 초상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연구는 역사 속 영웅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부 역사가들은 선비족이 짙은 수염과 오뚝한 콧날, 금발 등 서양인의 풍모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번 DNA 분석을 통해 무제를 비롯한 선비족은 전형적인 동아시아 또는 동북아계 얼굴을 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미국 미술관에 소장된 북주 무제의 그림 <사진=보스턴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무제의 유골은 1996년 중국 북서부 무덤에서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굴됐다. 특히 두개골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100만 개 이상의 단일 뉴클레오티드 다형성(SNP)이라는 유전자 샘플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이용해 무제의 피부와 머리카락, 눈의 색상을 특정했다.

조사 관계자는 "SNP 유전자 샘플은 상당히 상세한 정보가 포함된 보물 더미와 같다"며 "특히 두개골의 보존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얼굴이나 머리 윤곽의 3D 이미지를 자세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비족은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중국 대륙 북부와 동부에서 태어난 현재의 아시아인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음을 알 수 있다"며 "무제의 유골 전체 분석한 결과에서는 그가 불과 35세에 비소 중독으로 추측되는 뇌졸중으로 죽었을 가능성도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무제의 DNA 분석을 통해 머리카락과 피부, 눈동자의 정확한 색이 특정됐다. <사진=푸단대학교·커런트 바이올로지·보스턴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무제의 사인은 그간 병사, 독살 등 여러 가지가 추측됐다. 이번 분석에서 유전자 구조의 특이점 때문에 뇌졸중이 급부상했다. 그의 재위 당시 실어증과 안검하수, 보행 이상을 암시하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뇌졸중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특히 유골에 남은 원소 분석에서 무제가 영생을 바라고 복용한 영약이 비소 중독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고대 중국 민족의 이동 패턴에 대한 새로운 통찰도 제공했다고 반겼다. DNA 분석에서 선비족이 중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북부의 한족과 깊이 교류했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다. 선비족은 당초 몽골에서 중국으로 남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인과 어울려 새로운 혼합 유전자를 만들어냈다고 연구팀은 봤다.

조사 관계자는 "무제의 얼굴 복원을 통해 우리는 고대인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어떻게 퍼져나가고 지역 사람들과 융합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다음은 중국 북서부, 장안의 고대 민족의 생김새를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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