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호텔 아래에서 참호에 둘러싸인 14세기 브르타뉴 공국의 성채가 드러났다. 1300년대 축조된 요새성은 브르타뉴 공국을 다스린 장 4세의 막강한 권력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국립 고고학연구소(INRAP)는 브르타뉴 지역 서쪽 해안에 자리한 반느의 라고세 호텔 아래에서 요새를 겸해 지어진 에르미느 성을 발굴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역사서에 따르면, 에르미느 성은 1381년 브르타뉴 공국의 장 4세가 만든 요새성 중 하나다. INRAP 고고학자들은 이곳이 장 4세의 에르미느 성임을 특정할 만한 보석, 항아리, 자물쇠 등 여러 유물을 찾아냈다.

프랑스 브르타뉴 반느의 라고세 호텔 뜰과 지하실 아래에서 발굴된 에르미느 성터 <사진=INRAP 공식 홈페이지>

INRAP 고고학자들은 지난해 봄 시작한 라고세 호텔 안뜰 및 지하실 발굴 과정에서 에르미느 성터를 발견했다. 당초 어떤 성인지 몰랐던 학자들은 1년여 조사를 진행한 끝에 장 4세의 본거지인 에르미느 성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성은 길이 약 42m, 폭 17m로 성벽의 두께는 5.5m나 된다"며 "성내에는 방을 연결하는 복도와 계단이 여러 개 있고 화려한 조각과 장식이 달린 문틀도 남았다"고 전했다.

이어 "성터는 18세기에 지어진 라고세 호텔 안뜰과 지하실 아래에 잠들어 오래 발굴되지 못했다"며 "에르미느 성은 장 4세가 만든 여러 요새성 중 가장 견고하고 화려해 이곳이 그의 치세에 브르타뉴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상당히 견고하게 축조된 장 4세의 요새성 일부 <사진=INRAP 공식 홈페이지>

에르미느 성은 장 4세의 손자가 반느를 떠나 수도를 옮길 때까지 약 1세기에 걸쳐 사용된 뒤 황폐해졌다. 18세기부터 성터는 개보수가 반복됐는데, 어떤 이유인지 터 위에 호텔이 지어지면서 유적의 자취가 사라지고 말았다.

브르타뉴 공국은 길이 약 300㎞에 달하는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반도에서 출발했다. 바이킹이 이곳에서 쫓겨난 뒤 10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번성한 중세 봉건국가다. 소국인 관계로 공작가문의 세습에 의해 통치됐는데, 1365년 권력을 잡은 장 4세는 반느 곳곳에 요새화한 성을 건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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