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된 인간의 뇌 조직이 해동 후에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중국에서 개발됐다. 소중한 가족을 냉동인간으로 만들어서라도 치료하려는 절박한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팀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의 실험 내용은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서드(Cell Reports Methods)에도 소개됐다.

인간의 뇌 조직은 동결과 해동 과정에서 기능을 잃기 일쑤였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은 뇌 조직을 손상 없이 냉동했다 해동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영화 '패신저스'에 등장하는 인공동면 장치. 수십~수백 년 걸리는 우주 공간을 이동할 때 활용하는 기술이다. <사진=영화 '패신저스' 스틸>

실험 관계자는 "우리 기술은 새로운 화학 혼합물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혼합물 속에서 냉동한 뇌 조직은 해동해도 거의 손상 없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고, 원래 뇌처럼 다시 기능하는 것은 물론 성장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ES세포)에서 4㎜ 크기의 뇌 유사 장기(오가노이드)를 만들어내고 이를 활용해 뇌 냉동 및 해동 방법을 개발했다. 오가노이드는 인간의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장기로 뇌 본연의 구조나 결합을 재현하며 바이오컴퓨터 개발에도 응용된다.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냉동 상태에서 보호할 것으로 추측되는 당이나 부동액 등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에 넣고 액체질소로 얼렸다. 24시간 이상 보존하고 나서 해동한 뒤 2주간 뇌세포의 죽음이나 성장을 관찰했다.

일반 뇌 오가노이드 및 MEDY에 넣어 동결한 뇌 오가노이드에 면역 형광 색소를 입혀 촬영한 확대 사진. 얼렸다 해동한 뇌 조직의 기능이 확인됐다. <사진=셀 리포트 메서드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뇌세포를 냉동 보존할 수 있는 안전한 화학물질 'MEDY'를 제작했다"며 "'MEDY'로 보존한 뇌세포는 해동해도 기능이 정상이며 성장이 유지되는 것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MEDY'는 메틸셀룰로스와 에틸렌글리콜, 디메틸설폭시화물(DMSO), Y-27632를 섞었다. 메틸셀룰로스는 유화제나 안정제, 에틸렌글리콜은 자동차 부동액으로 흔히 사용하는 화합물이다. DMSO는 용매의 일종이며 Y-27632는 염증 유도 매개체의 하나인 ROCK(rho-associated protein kinase)의 신호전달 경로 추적에 사용하는 화합물이다.

실험 관계자는 "발생 28~100일이 지난 뇌 오가노이드를 'MEDY'에 절여 동결했다가 해동 후 최장 150일간 경과를 관찰했다"며 "18개월 얼어있다 해동한 뇌 오가노이드는 외관은 물론 기능과 성장 모두 일반 뇌 오가노이드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공동면 기술을 묘사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인공동면은 현재 의술로 살리지 못하는 환자를 미래에 깨워 고치는 데도 활용될지 모른다. <사진=영화 '인터스텔라' 스틸>

이어 "마지막 실험에서는 뇌전증을 가진 생후 9개월 여아에게 채취한 작은 뇌 조직을 'MEDY'에 담가 동결 및 해동했다"며 "오가노이드가 아닌 진짜 뇌 조직도 냉동 전 구조가 유지돼 최소 2주간 건강하게 기능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기술이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고안해온 인공동면 발달을 가속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공동면은 온몸을 얼려 수십 년 날아가야 하는 우주 공간을 이동하거나 현재 기술로는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을 미래에 치료할 방법으로 손꼽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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