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년간 앉거나 눕지 않고 서서 생활하는 인도 승려의 사연이 신문 해외토픽란을 장식했다. 사실이라면 인간의 몸은 장기간 이어진 중력과 싸움에서 어떤 변화를 겪을까.

최근 SNS를 통해 유명해진 둘랄 기리 지 마하라지는 대학을 그만두고 승려의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바 신을 섬기는 그는 수행의 일환으로 앉거나 눕지 않는 고행을 12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다리다. SNS에 퍼진 사진과 영상을 보면 다리는 무릎 아래가 크게 부었고 피부색도 짙게 변했다. 잠을 잘 때도 눕지 않고 별도의 지지대에 몸을 의지한다고 전해졌다. 

둘랄의 실제 수행 기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보도를 봐도 5년에서 12년까지 제각각이며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자료도 없다. 수행 기간의 진위와 별개로, 사람이 실제 수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보낸다면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관련 연구들을 종합하면 가장 먼저 부담이 커지는 곳은 다리의 혈액순환이다.

승려의 수행을 각색한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사람이 서면 다리의 혈액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정맥의 판막은 혈액의 역류를 막고, 걸을 때 수축하는 종아리 근육은 정맥을 압박해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린다. 이른바 '종아리 근육 펌프'다. 실제 정상인의 발과 발목 부근 정맥압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을 때 높아졌다가 걸으면 크게 낮아진다.

문제는 움직이지 않고 오래 서 있을 때다. 종아리 근육 펌프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 다리에 혈액이 몰리고 정맥압이 높아진다. 체액이 조직에 쌓이면서 발과 발목, 종아리가 붓기도 한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관련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장시간 기립은 다리 부종과 피로, 근육통, 요통 등과 연관됐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단순한 부종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하루 3~4시간 넘는 기립과 하지정맥류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만성적인 정맥 고혈압과 정맥 역류가 지속되면 만성정맥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다리가 무겁거나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며 부종이나 하지정맥류가 나타나기도 하고, 심하면 피부에도 변화가 생긴다.

높아진 정맥압이 오래 지속되면 발목 주변 피부가 갈색으로 변하거나 염증이 생긴다. 피부와 피하조직이 단단해지고 심한 경우 잘 낫지 않는 정맥성 궤양으로 진행한다. 다만 둘랄의 사진만으로 그의 부종과 피부 변색 원인을 특정 질환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

인간은 두 다리로 걷게 진화했지만 장시간 꼼짝 않고 서 있을 경우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근골격계에도 부담이 간다. NIOSH가 검토한 연구에서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 요통과 다리 통증, 피로와 신체 불편감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한국 근로자 3만297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장시간 기립과 허리 통증, 하지 근육통, 전신 피로의 관계가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오래 서 있는 것과 오래 걷는 것의 차이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종아리 근육이 수축해 다리의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린다. 반대로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이 펌프의 도움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NIOSH 역시 장시간 기립의 부담을 줄이는 데 정적인 자세보다 움직임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관련 연구들을 종합하면 인간의 몸은 장기간 서 있는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인간은 두 발로 서도록 진화했지만 한자리에 끝없이 서 있도록 만들어진 몸은 아니다. 하루 몇 시간씩 반복되는 직업성 기립만으로도 다리 부종과 정맥질환, 근골격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자주 걷고 자세를 바꾸고, 앉거나 누우면서 중력의 부담을 분산하는 것이 몸에는 훨씬 자연스럽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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