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MMX 탐사선, 고화질 카메라 싣고 발사
몇 분 분량 영상도 지구 전송까지 며칠 걸려

지구에서 수억㎞ 떨어진 화성의 위성 포보스(Phobos)를 8K 초고화질로 촬영하려는 일본의 도전이 시작됐다. 화성과 그 위성을 가까이서 선명하게 기록하는 시도인데, 우주에서는 왜 초고화질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어려운지 관심이 모였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달 20일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화성 위성 탐사선 MMX(Martian Moons eXploration)를 발사했다. 탐사선에는 JAXA와 일본방송협회(NHK)가 공동 개발한 초고화질 카메라 SHV(Super Hi-Vision)가 탑재됐다.

SHV는 7680×4320 해상도의 8K 카메라와 3840×2160 해상도의 4K 카메라로 구성된다. 8K 카메라는 탐사선의 진행 방향을, 4K 카메라는 측면을 촬영한다. 8K는 일반적인 풀HD 영상보다 화소 수가 16배 많아 지형과 표면의 작은 특징까지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JAXA의 MMX 탐사선. 화성 위성 포브스로 향하는 중이며, 기체에 탑재된 4K 및 8K 카메라로 미션 진행 상황을 촬영한다. <사진=JAXA>

MMX의 8K 촬영 시도가 주목되는 것은 우주에서 이정도 고해상도 촬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데이터 용량이다. SHV의 8K 카메라가 촬영하는 정지 이미지 한 장은 약 9MB, 4K 이미지는 약 4MB 용량이다. 초당 수십 장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동영상 촬영 방식을 적용하면 짧은 영상만으로도 방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지구와 달리 우주에는 통신망이 깔려있지 않다. 지구와 가까운 곳에서는 고속 통신망으로 대용량 영상을 전송할 수 있지만 화성은 사정이 다르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는 두 행성의 공전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탐사선이 사용할 수 있는 통신 속도도 제한적이다.

JAXA에 따르면, 우주에서 촬영한 8K 영상을 압축하더라도 몇 분 분량을 지구로 전송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초고화질 카메라를 우주로 보내는 것보다 촬영한 영상을 지구에서 확인하는 일이 더 큰 기술적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화성 위성 포보스를 탐사하는 MMX의 상상도. 우주 공간에는 통신망이 없어 고해상도 이미지를 지구에 전송하는 데 제약이 많다. <사진=JAXA 인스타그램>

JAXA와 NHK가 선택한 해법은 타임랩스 촬영이다. 초당 수십 장의 이미지를 연속으로 촬영하는 대신 10초마다 정지 이미지 한 장을 찍어 지구로 보내는 방식이다. 지구에서는 이렇게 전달받은 이미지들을 이어 붙여 동영상으로 재구성한다. JAXA는 데이터 용량을 크게 줄여 전송 시간을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수준으로 단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타임랩스가 가능한 이유도 흥미롭다. 우주 공간에서는 멀리 떨어진 천체의 겉보기 움직임이 대체로 느리다. 따라서 일정한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만으로도 화성과 포보스에 접근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

카메라가 우주 환경을 견디도록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발사 과정에서 강한 진동과 충격이 발생하고, 우주에서는 극심한 온도 변화와 방사선에 노출된다. 카메라는 이런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탐사선의 한정된 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어야 한다. JAXA와 NHK는 카메라의 소형화와 저전력화, 우주 환경에 대한 내구성 확보에 집중했다. 완성된 SHV는 JAXA가 정한 혹독한 환경시험을 통과했다.

MMX 탐사선에 장착된 8K 카메라. 타임랩스 촬영 방법을 이용해 사진을 지구로 전송한다. <사진=JAXA>

그렇다면 이처럼 복잡한 기술을 동원해 포보스를 초고화질로 촬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보스는 지름 약 22㎞의 작은 천체로, 태양계의 다른 곳에서 형성된 소행성이 화성 중력에 붙잡혔다는 가설과 거대한 천체가 화성에 충돌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경쟁하고 있다. MMX의 핵심 임무는 최소 10g의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샘플의 성분을 분석해 포보스의 기원과 화성의 초기 역사를 밝힐 계획이다.

SHV는 이러한 탐사 과정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포보스의 충돌구와 표면 지형은 물론, 탐사선이 위성에 접근하고 착륙하는 과정까지 초고화질로 촬영한다. 촬영 영상은 대중에 우주 탐사의 현장을 전달하는 자료가 되며, 과학적 관측과 향후 탐사 기술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의 표면.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정찰 위성(MRO)이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사진=NASA>

이번 촬영 계획은 포보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NHK가 20일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탐사선은 화성으로 향하는 동안 우주 공간과 별을 촬영하고, 2027년 화성권에 도착한 뒤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모습도 기록한다. 2030년 화성권을 떠날 때는 멀어지는 화성을, 2031년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점점 가까워지는 지구와 샘플 귀환 캡슐의 분리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일본은 2007년 달 탐사선 카구야에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해 달 표면과 지구를 촬영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촬영 범위를 화성의 위성까지 넓혔다. JAXA는 MMX가 보내올 초고화질 영상이 과학적 관측뿐 아니라 탐사 기술의 발전에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직접 방문한 적 없는 포보스의 표면과 그곳에 내려서는 탐사선을 지구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날도 머지 않았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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