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괜히 우울하고 집에만 있고 싶다는 사람을 종종 본다. 반대로, 마음이 편안해져 비를 기다리게 된다는 이도 있다. 이처럼 비는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비 오는 날이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날씨와 인간 감정의 관계를 연구했다. 우선 다소 우울함을 느끼는 이유로는 일조량 감소와 활동량 변화, 생체리듬 교란 등 여러 이유가 파악됐다. 특히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요인은 햇빛이다.

영국 심리학자 E.에드워드와 M.S.호프먼은 1984년 영국 신경학회지에 낸 조사 보고서 '기분과 날씨의 관계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A multidimensional approach to the relationship between mood and weather)'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습도와 기온, 일조 시간이 사람의 기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봤다. 비가 와 일조량이 줄어들면 기분이 나빠지고 졸림과 무기력감이 증가하는 경향을 피실험자를 동원한 실험에서 알아냈다.

햇빛은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은 기분 안정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비가 내리면 하늘이 흐려지고 일조량이 감소해 일부 사람들은 기분 저하와 무기력감을 경험한다. 이는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의 발생 원리와도 일부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비 오는 날씨가 사람의 감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사진=pixabay>

독일과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2008년 실험 보고서 '날씨가 일상적 기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층적 접근(The effects of weather on daily mood: A multilevel approach)'을 내고 비가 오면 괜히 피곤하다는 느낌을 과학으로 입증했다.

남녀 피실험자 1233명을 모은 연구팀은 날씨와 기분에 대한 각자의 기록 및 기상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강수량 자체보다 햇빛 부족과 피로감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기온, 풍속, 일조량은 대체로 부정적 감정 발현에 영향을 줬다. 연구팀은 날씨가 기분에 미치는 효과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봤다.

비 오는 날 기분이 나빠지는 현상은 선행연구로 일부 입증됐는데, 모든 사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비 오는 날 더 행복하다고 여긴다. 비가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만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비가 야기하는 변화 중 가장 큰 것이 일조량의 감소다. <사진=pixabay>

벨기에와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실험 보고서 '비 오는 날과 맑은 날: 날씨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의 개인차(Come rain or come shine: Individual differences in how weather affects mood)'를 2011년에 냈다.

피실험자 약 500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비가 기분에 느끼는 영향을 물었는데, 상당수는 날씨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일부는 오히려 비 오는 날 편안함과 안정감이 든다고 답변했다.

비 오는 날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감각 환경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빗소리는 주변의 불규칙한 소음을 가리는 일종의 백색소음 역할을 한다. 일정한 주파수의 소리는 뇌의 각성 수준을 낮추고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비가 내리면 외부 활동이 줄어 '오늘은 쉬어도 된다'는 심리적 허용감에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일조량은 비와 함께 인간 감정에 변화를 야기하는 날씨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사진=pixabay>

미국 연구팀이 2014년 낸 실험 보고서 '날씨로 인한 기분 변동과 관련된 신경 기질: ASL 관류 기능적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연구(Neural substrates associated with weather-induced mood variability: An exploratory study using ASL perfusion fMRI)'는 비가 야기하는 감정 변화를 뇌 스캔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를 이용해 날씨 변화와 뇌 활동의 관계를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날씨에 따라 감정 변화가 큰 사람일수록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의 혈류 변화가 뚜렷했다. 이는 날씨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신경생물학적 반응과 연결됐음을 시사했다.

결론적으로 비 오는 날 우울한 사람도 있고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이도 있다. 과학자들은 비 자체보다 일조량과 활동량의 감소, 생체리듬의 변화, 그리고 개인의 기질 차이가 심리 변화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비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창밖의 빗방울이 우리의 뇌와 감정에 생각보다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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