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로맨스 드라마에 열광하는 팬들이 주인공의 현실 연애까지 관심을 쏟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의 손천·정백연을 둘러싼 CP 팬덤 논란은 가상의 사랑이 현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팬들의 애정은 때로 집착으로 변하고, 제작사와 플랫폼은 이런 열기를 마케팅과 수익으로 연결합니다. 중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는 CP 팬덤의 명암을 들여다봅니다.

①'조춘청랑' 팬들, 왜 손천·정백연에 집착할까
②루크·플로라의 사랑, 현실에서도 돈이 된다
③중국만?...한국·일본·서구도 빠진 CP의 마력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早春晴朗)'의 주인공들이 현실에서도 연인이기를 바라는 팬들은 중국에만 존재할까. 가상의 커플을 실제 연인처럼 응원하고, 이들의 관계에 몰입하는 CP(커플) 문화는 한국과 일본, 서구에서도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한국은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가 대표적이다. 2008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가상의 부부로 생활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정용화와 서현의 '용서 커플', 조권과 가인의 '아담 커플' 등은 방송 밖에서도 팬덤을 형성했다.

일본 아사히TV의 인기 코믹 드라마 '아재's 러브' <사진=아사히TV>

일부 팬들은 방송 속 작은 행동을 분석하며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기를 기대했다. 배우 남궁민은 2015년 인터뷰에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호흡을 맞춘 홍진영과 실제 연애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면서, 이런 기대가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일본에서는 가상 커플을 향한 팬심이 상품 판매로 확장됐다. 2018년 방송한 TV아사히 드라마 '아재's 러브(おっさんずラブ)'는 남성 인물들의 사랑을 그려 주목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영화와 후속 드라마가 제작됐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소재로 한 전시회와 캐릭터 상품도 등장했다.

2024년 방송된 '아재's 러브 리턴즈' 역시 커플을 활용한 아크릴 스탠드와 인형 등을 판매했다. 팬들의 애정이 작품 종영 이후에도 이어지고, 이를 새로운 수익으로 연결한 사례다.

해리 스타일스 <사진=해리 스타일스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arry Styles - As It Was (Official Video)' 캡처>

서구에서는 CP 문화를 시핑(Shipping)이라고 부른다. 특정 인물들이 연인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은 물론 실제 가수와 배우도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보이밴드 원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32)와 루이 톰린슨(34)이다. 일부 팬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래리 스타일린슨(Larry Stylinson)이라는 커플을 만들고 실제로 비밀 연애 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톰린슨은 2017년 인터뷰에서 이런 추측 때문에 두 사람의 우정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미국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두 사람을 소재로 한 팬픽을 애니메이션으로 묘사하자 불쾌감을 드러냈다.

배우 커트리나 발프 <사진=커트리나 발프 인스타그램>

미국 드라마 '아웃랜더(Outlander)'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극중 부부를 연기한 커트리나 발프(47)와 샘 휴언(46)이 현실에서도 연인이라고 믿는 일부 팬들이 배우의 사생활에 개입한 것이다.

발프는 2022년 미국 연예지 배니티 페어와 인터뷰에서 일부 팬들이 자신의 실제 결혼을 가짜라고 주장했으며, 결혼식을 올린 교회에까지 전화를 걸어 관계자를 괴롭혔다고 토로했다. 이는 중드 '조춘청랑'의 징보란(정백연, 34)과 쑨첸(손천, 29)을 둘러싼 CP 논란과 닮은 사례다. 둘의 극중 관계에 과몰입한 팬들은 배우의 실제 연애나 결혼까지 부정했다.

가상의 커플을 응원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팬들은 좋아하는 관계를 상상하고 관련 콘텐츠를 즐기며 만족감을 얻는다. 제작사와 플랫폼 역시 이런 관심을 새로운 작품과 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다. 다만 팬들의 기대가 배우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품 속 사랑을 즐기는 것과 배우에게 그 사랑을 현실에서 실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끝>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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