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로맨스 드라마에 열광하는 팬들이 주인공의 현실 연애까지 관심을 쏟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의 손천·정백연을 둘러싼 CP 팬덤 논란은 가상의 사랑이 현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팬들의 애정은 때로 집착으로 변하고, 제작사와 플랫폼은 이런 열기를 마케팅과 수익으로 연결합니다. 중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는 CP 팬덤의 명암을 들여다봅니다.
①'조춘청랑' 팬들, 왜 손천·정백연에 집착할까
②루크·플로라의 사랑, 현실에서도 돈이 된다
③중국만?...한국·일본·서구도 빠진 CP의 마력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早春晴朗)'의 주인공 롼녠(루크)과 상즈타오(플로라)를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려면 돈을 내야 했다. 드라마가 끝난 뒤 두 배우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데도 별도로 비용이 들었다. 가상의 사랑이 현실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는 지난 9월 '조춘청랑'의 마지막 4개 회차를 먼저 볼 수 있는 종영 패키지를 판매했다. 기존 VIP 회원은 18위안(약 3600원)을 추가로 내면 결말을 앞당겨 볼 수 있었다. 촬영장 비하인드 영상 22개도 제공됐다.
유료 서비스는 종영 이후에도 이어졌다. 9월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팬미팅에는 징보란(정백연, 37)과 쑨첸(손천, 29) 등 '조춘청랑'의 주요 출연자들이 참석했다.
현장 입장 기회는 360명에게만 주어졌다. 행사 안내에 따르면 입장권 신청 자격을 얻으려면 788위안(약 15만8000원)짜리 유쿠 SVIP 600일 이용권을 구매해야 했다. 구매자 모두에게 입장이 보장되는 방식도 아니었다.
온라인 중계에도 별도 상품이 마련됐다. SVIP 회원은 전체 무대를 볼 수 있었지만 정백연이나 손천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전용 카메라 영상은 각각 9위안(약 1800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이런 판매 방식은 CP 팬덤의 특성을 겨냥했다. 드라마에 깊이 몰입한 팬들은 본편뿐 아니라 배우들의 촬영장 모습과 행사에서의 작은 행동까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플랫폼은 이런 관심을 추가 콘텐츠와 회원권 판매로 연결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공개된 중국 드라마 '진정령(陳情令)'이다. 샤오잔(35)과 왕이보(29)가 주연한 이 작품은 종영 이후 난징에서 이틀간 콘서트를 개최했다. 최저 12만5000원, 최고 39만6000원이나 하는 입장권 총 1만6000장은 판매 시작 5초 만에 매진됐다.
온라인 중계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인민망에 따르면 중계 시청자는 약 326만7000명에 달했고, 관련 매출은 1억 위안(약 200억원)으로 추산됐다. 드라마 속 관계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종영 이후에도 거대한 소비 시장을 형성했다.
물론 매출이 곧 순이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연 제작비와 출연료, 플랫폼과 제작사의 수익 배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모든 CP 팬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배우의 현실 관계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상업적 성공을 위해 배우들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할수록 팬들의 기대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작사와 플랫폼은 극중 사랑을 작품 밖으로 확장해 수익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질 위험도 있다. 루크와 플로라의 연애에 과몰입한 '조춘청랑' 팬들이 정백연의 실제 연애를 비판한 것이 좋은 예다.
가상의 사랑을 현실의 상품으로 바꾸는 사업 CP 마케팅은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 서구의 팬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얼마든 발견할 수 있다. ③편에서 계속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