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이어지는 여름은 바퀴벌레의 활동이 활발한 계절이다. 집안 곳곳에 나타나는 바퀴벌레는 번식력이 강한 해충이면서, 동료의 존재와 화학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리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연구들을 종합하면, 바퀴벌레는 집단으로 은신처를 정하고 한번 형성된 집단의 선택을 환경이 바뀐 뒤에도 유지하는 성질을 가졌다. 바퀴벌레를 한 마리의 해충이 아니라 은신처를 공유하는 사회적 동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 마리아노 칼보 마르틴 박사 연구팀은 2023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험 보고서 ‘바퀴벌레에서 집단기억의 형성과 유지(Emergence and retention of a collective memory in cockroaches)’를 내 주목을 받았다.

여름철 불청객 바퀴벌레는 사회성이 강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밝기가 다른 두 은신처를 마련하고 미국바퀴벌레가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관찰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두 은신처의 조명을 서로 바꾸자 단독 개체는 어두운 쪽으로 이동했다. 다만 10마리 집단은 달랐다. 조명이 밝아졌는데도 처음 선택한 은신처에 계속 머무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처음부터 한쪽 은신처에 강하게 모였던 집단일수록 과거 선택을 유지하려 했다. 연구팀은 바퀴벌레 개개가 장소를 기억한 것이 아니라, 개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과거의 선택을 유지하는 일종의 ‘집단기억’을 만들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퀴벌레의 집단 의사결정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브뤼셀자유대학교와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007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험 보고서 ‘바퀴벌레 집단에 사회적으로 통합된 로봇의 자기조직적 선택 제어(Social integration of robots into groups of cockroaches to control self-organized choices)’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체취를 입힌 초소형 로봇을 실제 무리에 섞었다. 로봇의 행동을 조정하자 실제 바퀴벌레 집단의 은신처 선택이 바뀌었다. 바퀴벌레가 단순히 밝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의 움직임과 수를 함께 참고해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다.

바퀴벌레의 일부 행동은 성장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은 물론 무리의 영향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사회적 환경이 개체의 행동 자체를 바꾼다는 학자도 있다. 프랑스 렌 제1대학교 마티외 리오로 박사 연구팀은 2009년 낸 실험 보고서 ‘곤충도 사회적 고립 시 행동 증후군이 유발된다(Even in insects, social isolation can induce a behavioural syndrome)’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혼자 자란 독일바퀴벌레는 무리에서 자란 개체보다 먹이활동과 탐색 행동이 덜하고, 다른 개체와 상호작용도 소극적이다. 바퀴벌레의 행동이 타고난 본능만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사회적 환경의 영향도 받는다는 것을 실험이 보여줬다.

일련의 연구에 근거하면, 집안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될 때 눈앞의 개체만 처리하기보다, 무리가 머무는 틈과 은신처, 먹이와 물이 공급되는 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함을 알 수 있다. 바퀴벌레의 끈질김은 개체 한 마리의 생존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로 모이고 동료의 선택을 따르며, 집단의 흔적을 유지하는 사회성은 이 불청객을 상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성질이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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