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1만5000년 전 살았던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얼굴이 디지털 기술로 되살아났다. 복원한 얼굴은 현대인보다 상당히 넓고 눈썹 위 뼈가 두드러졌는데, 뇌 크기는 지금의 성인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브라질과 이탈리아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호모 사피엔스 화석을 토대로 얼굴을 복원한 조사 보고서 ‘약 31만5000년 전 합성 두개골의 디지털 복원(Digital Facial Approximation of Jebel Irhoud Composite Skull)’을 이달 13일 발표했다.
해당 화석은 현생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고인류학의 주요 유적인 모로코 제벨 이르후드에서 나왔다. 1961년 광산 작업 중 사람과 닮은 두개골이 처음 발견됐고 이후 여러 화석과 석기가 추가로 발굴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201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굴조사 보고서를 내고, 이곳 화석이 약 31만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얼굴은 특정 인물의 두개골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은 아니다. 제벨 이르후드에서는 온전한 두개골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961년 나온 이르후드 1 표본을 기본으로 이르후드 11의 아래턱 등 같은 지층에서 나온 여러 개체의 화석을 결합해 두개골을 합성했다.
연구팀은 화석을 직접 다루는 대신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가 2017년 공개했던 디지털 자료를 활용했다. 이를 3차원 모델로 작성한 뒤 현대인의 CT 데이터를 두개골 형태에 맞게 변형했다. 아프리카계 현대인의 연조직 두께 등 여러 정보를 적용해 얼굴을 복원했다. 이 작업에는 무료 오픈소스 3D 프로그램 블렌더가 동원됐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넓고 튼튼한 얼굴이다. 두 안와 바깥쪽 사이의 폭은 약 118㎜로, 연구에서 비교한 현대인 평균 96.6㎜보다 약 21㎜ 넓었다. 아래턱 폭 역시 약 106㎜로 현대인 평균 96.9㎜를 웃돌았다. 눈썹 위 뼈도 크게 돌출돼 전체적으로 현대인보다 넙데데하면서 인상이 강했다.
뇌가 들어가는 공간의 크기는 놀라울 정도로 현대인과 비슷했다. 복원된 두개강 용적은 1364㎖로, 이를 실제 뇌 부피로 환산한 값은 약 1230㎤였다. 연구에서 비교한 현대 성인 남성 평균 약 1234㎤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물론 뇌 크기가 같다고 형태까지 현대인과 흡사한 것은 아니다. 제벨 이르후드에 산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은 현대인보다 길쭉하며, 현생인류 특유의 둥근 두개골 형태는 이후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가 신체 각 부분에서 동시에 진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점에 주목했다. 약 31만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이미 현대인과 비슷한 크기의 뇌를 가졌지만, 얼굴은 더 오래된 인류의 특징들이 가득한 점도 특기할 만다. 연구팀은 이번 작업이 무료 오픈소스 만으로도 고인류 화석의 얼굴을 복원하고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