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거의 그대로 통과하는 초미세 입자
블랙홀·초신성 추적하는 새 관측 수단

남극의 거대 중성미자 관측시설 아이스큐브(IceCube) 탄생에 기여한 미국 물리학자 프랜시스 핼전(82)이 2026년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쥐면서 중성미자에 관심이 쏠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6일 프랜시스 핼전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을 높이 산다”고 전했다.

아이스큐브는 남극의 투명한 얼음을 거대한 검출기로 활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고 질량이 극히 작은 기본입자다.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지구는 물론 사람의 몸도 대부분 그대로 통과한다. 매초 약 100조 개의 중성미자가 사람의 몸을 지나가는 수준이어서 학자들은 유령입자라고 부른다.

중성미자 관측시설 아이스큐브의 아버지 프랜시스 핼전 <사진=알시아 도처/UW–Madison>

이처럼 붙잡기 어려운 성질이 오히려 중성미자의 가장 큰 과학적 가치다. 빛이나 전하를 띤 입자는 우주를 이동하면서 물질에 흡수되거나 자기장에 의해 진행 방향이 휘어진다. 반면 중성미자는 전하가 없어 자기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물질과도 좀처럼 충돌하지 않는다. 따라서 먼 우주에서 만들어진 뒤 비교적 원래 방향과 정보를 보존한 채 지구까지 도달한다.

이 때문에 중성미자는 빛으로는 직접 들여다보기 어려운 우주의 극한 환경을 조사하는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후보는 블랙홀 주변과 활동은하핵, 중성자별의 일종인 펄서, 초신성 잔해, 감마선 폭발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천체들이다.

특히 초신성에서는 중성미자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거대한 별의 중심부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중성미자 형태로 빠져나간다. 중성미자는 밀도가 극도로 높은 별 내부에서도 빠르게 탈출할 수 있어, 경우에 따라 초신성의 빛보다 먼저 지구에 도달한다. 실제로 중성미자 관측망은 가까운 초신성이 발생할 경우 광학망원경보다 먼저 신호를 포착하는 조기경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남극의 거대 얼음층을 이용해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아이스큐브의 지상 시설 <사진=알리치아 파토리니, IceCube/NSF>

문제는 중성미자가 너무 잘 통과한다는 점이다. 관측하려면 드물게 일어나는 물질과의 충돌을 잡아내야 한다. 아이스큐브는 이를 위해 남극 지하 약 1450~2450m 깊이의 얼음 1㎦에 광센서 5160개를 설치했다. 중성미자가 간혹 얼음 속 원자핵과 상호작용하면 전하를 띤 2차 입자가 생기고, 이것이 얼음 속을 지나면서 희미한 체렌코프 빛을 낸다. 센서들은 바로 이 빛의 패턴을 분석해 원래 중성미자의 진행 방향과 에너지를 추정한다.

아이스큐브는 2013년 처음으로 지구 대기가 아닌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중성미자 집단을 확인하며 중성미자 천문학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7년 검출한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방향을 추적한 결과 약 40억 광년 떨어진 블레이저 TXS 0506+056의 감마선 폭발과 방향 및 시점이 일치했다. 후속 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에서 과거 중성미자 방출 흔적이 발견됐다.

중성미자의 상상도. 초신성이나 펄서 등 극단적인 우주 이벤트의 검출과 분석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현재 알려진 중성미자는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다. 이들은 이동하는 동안 서로 다른 종류로 바뀌는 진동을 일으키는데, 이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0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 중성미자 진동을 발견한 일본의 카지타 타카아키(67)와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83)는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기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만으로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중성미자는 두 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현상이 벌어지는 장소의 정보를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전달하는 관측 수단인 동시에, 현대 물리학의 기본 이론이 어디까지 맞는지 시험하는 요소다. 중성미자는 거의 모든 것을 통과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측하기 어려웠지만, 그 성질 덕분에 이제는 기존 망원경으로 볼 수 없던 우주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으로 떠올랐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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