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에서 전력공급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극한환경서 손상 없어…달 탐사 활용 기대

한겨울 캠핑에서 스마트폰이나 보조배터리가 갑자기 꺼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추위에 약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영하 170℃의 극한 환경에서도 손상되지 않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눈길을 끈다.

NASA는 최근 달 탐사를 위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 SPEARS의 시험 성과를 공개했다. 시험에서 이 배터리는 영하 80℃에서도 작동했고, 영하 170℃에 노출된 뒤에도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구조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이동하게 하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온도가 크게 떨어지면 전해질의 이온 전도성이 낮아져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시험용으로 제작된 NASA의 전고체 배터리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의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대신 세라믹이나 고분자 소재로 만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극한의 추위에서도 액체 전해질이 얼거나 굳는 문제를 피할 수 있고, 가연성 액체를 사용하지 않아 화재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배터리의 성능은 NASA 랭글리연구센터에서 정밀 실험을 받았다. 소형 동전 모양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제작한 NASA는 우주 환경을 재현한 열진공 시험을 실시했다. 진공 상태에서 온도를 변화시키며 배터리가 어느 정도의 추위와 열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배터리는 영하 60℃에서 영상 80℃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영하 80℃에서도 성능은 다소 떨어졌지만 전력공급이 가능했다. 배터리를 영상 100℃에서 영하 170℃까지 극단적인 온도 변화에 노출했는데도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영하 170℃에서 배터리가 작동한 것은 아니지만, 소형 히터로 데우면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험용 전고체 배터리를 테스트하는 NASA 에임스연구센터 연구원들 <사진=NASA>

NASA가 극한 환경에 견디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이유는 달 탐사다. 현재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주요 탐사 대상인 달 남극은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00℃까지 떨어진다. 달의 밤은 지구 시간으로 약 14일 동안 이어지며,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은 더욱 혹독한 환경을 유지한다.

기존 배터리를 사용하는 탐사 장비는 이런 추위에서 전력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보온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배터리가 얼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이 소모된다.

극한의 온도에도 버티는 배터리는 달 탐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NASA>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가 실용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를 계속 데울 필요 없이, 전력이 필요할 때만 소형 히터를 가동해 작동 온도까지 높이면 된다. 배터리 보온에 필요한 전력과 장비를 줄이면 탐사선이나 달 탐사차의 무게를 낮출 수 있다. 제한된 에너지를 과학 관측이나 이동에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NASA는 앞으로 배터리의 작동 온도 범위를 넓히고, 다양한 전극 소재를 적용해 용량과 내구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시제품은 동전 크기의 소형 배터리이며,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에임스연구센터는 향후 우주 시험에 필요한 전자장치와 시험용 회로 기판을 개발하고 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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