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거대 해파리와 치어 무리 포착
해파리 몸체를 이동식 은신처로 이용

아르헨티나 앞바다에서 촬영된 희귀 거대 해파리의 영상이 새로운 연구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길이 약 6m의 해파리 주변을 헤엄치는 어린 물고기 19마리의 행동을 분석해, 이들이 해파리를 이동식 은신처로 이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마리아 에밀리아 브라보 박사 연구팀은 초대형 해파리와 어린 물고기들의 희한한 공생관계를 학술지 에콜로지 10월 호에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2025년 12월부터 2개월에 걸쳐 미국 슈미트해양연구소(SOI)의 탐사선에 탑승해 아르헨티나 앞바다를 조사했다. 원격무인잠수정(ROV)이 수심 약 250m에서 포착한 생물은 학명 스티기오메두사 기간테아(Stygiomedusa gigantea)로 알려진 초대형 심해 해파리였다.

이동하는 길이 6m 거대 해파리. 이를 따라가는 러더피시 치어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SOI>

이 해파리는 우산 모양 몸체의 지름이 1m를 넘고, 길게 늘어진 구완은 10m까지 자랄 수 있다. 1899년 처음 표본이 발견된 이후 관찰 기록이 120회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희귀한 생물이다. 이번에 촬영된 개체의 전체 길이는 약 6m였다.

흥미로운 것은 해파리 주변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이었다. 연구팀은 어린 물고기 19마리가 해파리의 긴 구완 사이를 오가거나 우산 모양 몸체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샛돔과에 속하는 러더피시(rudderfish)의 치어로, 학명은 센트롤로푸스 니게르(Centrolophus niger)다.

해파리와 공생관계로 추측되는 러더피시 치어는 총 19마리였다. <사진=SOI>

연구팀은 어린 물고기들이 거대한 해파리를 이동식 은신처로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몸을 숨길 장소가 거의 없는 심해에서 해파리의 거대한 몸체와 길게 늘어진 구완이 포식자의 접근을 방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파리와 물고기의 관계를 둘러싼 단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73년 북대서양 조사에서 거대 해파리와 다른 종류의 심해어가 함께 발견돼 생태적 연관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러더피시의 치어가 살아 있는 거대 해파리와 함께 행동하는 상황이 자연 서식지에서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치어는 해파리 피부 표면의 무언가를 쪼아 먹기도 했다. <사진=SOI>

영상에는 어린 물고기 한 마리가 해파리의 구완 표면에서 무언가를 쪼아 먹는 장면도 담겼다. 해파리에 붙은 기생생물을 먹었는지, 해파리가 잡은 먹이를 가로챘는지, 해파리의 조직을 먹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파리 역시 이 관계에서 이익을 얻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연구팀은 이번 관찰이 심해 생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마리아 에밀리아 브라보 박사는 “어둡고 광활한 바다에서 거대한 해파리 한 마리가 어린 물고기들에게 작은 피난처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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