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어떤 현상의 진상이 밝혀지면 과학, 그렇지 않으면 미스터리입니다. 거리가 멀 것 같은 과학과 미스터리가 실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상존하는 셈인데요. 스푸트니크가 발굴한 기묘한 미스터리와 아직 과학이 풀지 못한 기현상을 'SM(Sputnik Mystery)' 코너에서 다룹니다.
모세가 손을 바다 위로 내밀자 홍해가 갈라지고 길이 열렸다. 성서에서 가장 극적인 기적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사건을 과학자들은 어떻게 설명할까. 오랫동안 연구된 가설 중 하나는 놀랍게도 강한 바람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 14장에 따르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은 바다 앞에서 파라오의 군대에 포위됐다. 모세가 손을 내밀자 밤새 강한 동풍이 불었고, 물이 갈라지면서 마른 땅바닥이 드러났다. 성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건너갈 때 물이 좌우에서 벽을 이뤘으며, 뒤쫓던 이집트 군대는 다시 밀려든 물에 휩쓸렸다고 전한다.
1992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의 도론 노프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의 나탄 팔도르 박사는 수에즈만을 따라 강한 북서풍이 불면 바닷물이 밀려나 해저 지형이 드러날 수 있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바람이 멈추면 밀려났던 물이 빠르게 돌아올 가능성도 분석했다.
2010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칼 드루스와 웨이칭 한 박사 연구팀은 다른 장소인 고대 나일강 삼각주 동쪽의 타니스 호수 지형을 복원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 강한 동풍이 불 경우 수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초속 28m, 시속 약 101㎞의 동풍이 불기 시작한 지 9시간 36분 만에 길이 3~4㎞, 폭 약 5㎞의 바닥이 드러났다. 이렇게 형성된 통로는 약 4시간 동안 유지됐다. 바람이 멈추자 물이 다시 밀려들어 통로를 뒤덮었다.
이 현상을 학계에서는 바람에 의한 수위 저하(wind setdown)로 부른다. 강풍이 얕은 바다나 호수의 물을 한쪽으로 밀어 수위를 낮추는 것이 원리다. 1882년 영국군 장교 알렉산더 툴로크는 강풍이 불고 난 다음 날 이집트 만잘라 호수의 물이 물러나 사람들이 바닥을 걸어 다니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기록했다.
2013년 칼 드루스 박사는 파도와 바닥 마찰의 영향을 반영해 기존 시뮬레이션을 보완했다. 그 결과 같은 초속 28m의 강풍이 부는 조건에서 통로가 유지되는 시간이 최대 9.9시간으로 늘어났다. 2010년 연구에서 계산한 약 4시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모세의 기적에 관한 과학적 분석과 별개로, 홍해의 정확한 위치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출애굽기의 히브리어 표현 얌 수프(Yam Suph)는 흔히 홍해로 번역되지만 '갈대 바다'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수에즈만과 나일강 삼각주의 얕은 호수들이 사건의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성서 속 사건의 실제 발생 가능성을 100%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강풍만으로도 일시적인 바닷길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여줬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