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에 납치됐다 풀려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애브덕티(abductee)’라 한다. 용어 자체가 생소해서 그렇지 외계인 납치 자체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종종 사용된다. FBI요원 스컬리와 멀더의 활약을 그린 'X파일'에선 아주 흔한 이야기이며, 2008년 일본에선 '애브턱티'라는 코믹영화도 등장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보는 외계인 그림이나 사진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과학자들이 미주지역이나 유럽의 애브덕티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공통점을 모아 그린 것이 널리 알려진 외계인 이미지다. 머리가 크고 몸을 홀쭉하며 눈이 굉장히 돌출된,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사진=pixabay>

일면식도 없는 애브덕티들은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 외계인의 외형을 비슷하게 묘사했다. 이들이 말하는 외계인은 인간보다 체구가 작은데 머리는 몸집에 비해 크다. 피부는 회색이며 머리카락은 없다. 눈이 큰 반면 코와 입은 매우 작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는 외계인이 ‘원형적 여성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외계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무척 익숙한 여성을 닮았다는 것이다.

외계인의 원형적 여성상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미 공군사관학교 심리학교수 프레데릭 말름스트룀(Frederick Malmstrom) 박사다. 프레데릭 박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외계인들의 얼굴이 실제와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2000년대 초 내놨고 크게 주목을 받았다.  

프레데릭 박사는 외계인의 얼굴을 목격한 애브덕티들의 상태, 특히 시각이 갓 태어난 아이와 비슷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에 따르면 신생아는 시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엄마 얼굴을 또렷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애브덕티들 역시 납치된 뒤 특정한 조건 하에 놓이는데, 이때의 시력이 신생아의 그것과 같다는 게 프레데릭 박사의 주장이다.

<사진=pixabay>

프레데릭 박사는 논문에서 신생아가 접한 엄마의 영상을 첨부했다. 시력이 불완전한 신생아의 눈에는 엄마 얼굴이 거대한 눈을 가진 외계인처럼 보인다는 게 박사의 논리다.

그는 “중요한 것은 눈과 코다. 신생아의 시력으로는 얼굴의 전체적 윤곽을 잡지 못하는데, 눈과 코를 제외하고는 부옇게 보인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외계인의 얼굴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프레데릭 박사는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계인에 납치된 사람들이 반수면 상태에서 외계인들의 얼굴을 접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납치된 사람들은 아마 상당히 몽롱한 반수면 상태(hypnagogic dreamlike state)에서 외계인의 얼굴을 접했을 것이다. 이 반수면 상태에서 인간의 시각은 신생아의 그것과 비슷하다. 즉, 납치된 사람들이 접한 외계인의 얼굴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아닌 여성의 얼굴이다.”

프레데릭 박사의 논문은 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가설을 두고 공방이 이어진다. 다만, 외계인 목격담 대부분이 허구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 그의 학설은 정설로 자리하지 못한 상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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