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룡의 항문은 굉장히 '다목적'이었으며, 이를 위해 특수한 구조를 가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미국 애머스트대학교 등 고생물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비조류 공룡의 항문(A cloacal opening in a non-avian dinosaur)'을 20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샘플은 1억4500만~6500만년 전 백악기에 살았던 프시타코사우루스(Psittacosaurus)의 화석이다. 얼굴에 뿔이 달리고 꼬리가 뾰족한 트리케라톱스의 친척으로,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의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멘터리 속의 프시타코사우루스 <사진=MBC '1억년 뿔공룡의 비밀' 캡처>

브리스톨대 제이콥 빈터 교수는 "공룡의 항문 구조는 가장 가까운 친척인 새나 악어 등 파충류와 비슷하지만 훨씬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가장 완벽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형성된 항문"이라고 주장했다.

공룡의 항문은 '총배설강(cloacal vent)'이라고 불린다. 항문과 요도, 생식기관이 모두 합쳐진 다목적 구멍을 뜻한다. 이는 조류나 다른 종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척추동물 성기 및 교합 전문가인 다이앤 켈리의 분석에 따르면 이 공룡은 남성기와 같은 생식 연조직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조류들과 달리 남성기가 여성기 속으로 침투하는 교합적 교미(copulatory sex)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복원한 프시타코사우루스 <사진=영국자연사박물관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How to bring a dinosaur to life in technicolour' 캡처>

연구팀은 총배설강 바깥 부분이 어두운 멜라닌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 멜라닌 색소는 미생물 감염을 막는 항균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또한 연구팀은 공룡의 총배설강 양쪽에 사향 분비샘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구애 중 기름지고 냄새나는 물질을 방출하는 이 땀샘은 현재 악어에게서도 볼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이다.

빈터 교수는 "일부 표유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육지 척추 동물과 마찬가지로 이 공룡의 총배설강은 다양하고도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마치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와 같은 항문"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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