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 어선, 즉 트롤선(fishing trawler)은 바다 밑바닥까지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훑어내듯 잡는 배다. 일반적으로 트롤선은 어종을 고갈시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연료를 태우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탄소배출이 아니라, 트롤선의 저인망 그물이 해저의 바닥을 긁어내면서 직접적으로 탄소를 배출시킨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26명의 다국적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17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의 트롤선들이 해저 토양에서 배출시키는 탄소는 연간 14억7000만t에 달한다.

이는 지구 전체 해양에 존재하는 모든 퇴적 탄소의 0.02%에 불과하지만 매년 해양에 흡수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0%에 해당한다. 농업으로 인한 토양의 탄소 배출과도 비교할 만한 수준이다.

미국 유타대학교 수생생태학자 트리셔 앳우드 교수는 "해저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탄소 저장고"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탄소 감축을 위해 트롤 어업에 주목해야한다는 걸 지적해냈다"고 말했다.

트롤선이 그물로 해저를 긁어내는 장면 <사진=Seafood Watch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How Seafood is Caught: Bottom Trawling' 캡처>

2016~2019년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트롤선은 매년 해저의 1.3%에 해당하는 약 500만㎡를 긁어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400년 뒤에는 해저의 첫 번째 퇴적 탄소층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또 탄소 배출량은 트롤링 직후 첫 해에 가장 심하며 같은 지역에서 계속 트롤링할 경우 9년 뒤까지 최초 배출량의 40%에 해당하는 탄소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의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MPA는 생태계 및 경관 등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구역이다. 다만 현재 MPA는 전 세계 해양의 7%에 불과하며 그 중 높은 수준으로 보호되는 구역은 고작 2.7%다.

연구팀은 해저 탄소 저장량은 물론 어종 보호와 생태계 유지 등을 고려, 앞으로 MPA로 추가 지정할 만한 장소도 밝혔다. 이는 대부분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당하며, 남극대륙이나 인도양, 중부 대서양 등 심해도 포함된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대서양 해안선, 해양 용승(Upwelling)이 일어나는 지역 등이다.

연구팀은 전 해양의 21%를 보호할 경우 어종 보호 효과가 무려 82~87%나 늘어난다고 계산했다. 현재 MPA 수준으로는 어종 보호 효과는 약 1%에 불과하다.

또 어획량은 늘리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이상적인 모델도 제시했다. MPA를 전 해양의 28%에 전략적으로 배치한다면, 어획량도 현재보다 590만t까지 늘어난다는 결과를 내놨다. 심지어 MPA를 지금보다 3.8~5.3%만 늘려도 어획량은 530만t이나 늘며, 해저 탄소 배출량은 90%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물론 보호구역 지정으로 3년 이내 생태계가 회복되고 어종이 다시 풍부해지는 것을 감안한 계산이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해양생태학자 다비드 무로 교수는 "최우선으로 지정할 MPA 중 하나는 현재 보호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남극대륙"이라며 "이 곳은 기후변화로 향후 많은 어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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