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신기한 말 이야기가 유럽을 중심으로 관심을 모은다. 15세 수컷 말 페요(Peyo)는 삶이라는 여행의 종착역에 다다른 사람들을 찾아가 교감하고 위로하는 좋은 동물친구로 환영 받고 있다.

15년간 경주마로 활약한 페요는 현재 ‘닥터 페요(Docteur Peyo)’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의 호스피스 병동들을 순회하고 있다. 페요와 오랜 기간 필드를 달렸던 전직 기수 하센 부샤쿠르 씨는 이 말이 육체적·심적으로 약해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다가가 위로하려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하고 미스터리한 능력을 직감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친구 페요 <사진=Hassen B. Les Sabots du Coeur 공식 인스타그램>

하센 씨는 페요가 은퇴한 후 이 능력을 말기 환자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다. 2016년부터 프랑스 병원과 요양시설을 돌면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있다. 페요는 사람은 아니지만 의사처럼 환자들을 어루만진다고 해서 ‘닥터 페요’란 애칭도 얻었다.

페요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선택한다. 예컨대 A라는 시설을 방문하면, 스스로 특정 병실 문앞에 서서 앞다리 하나를 들고 기다린다. 하센 씨에 따르면, 페요는 특히 죽음이 임박한 암환자를 주로 가려내 방문한다. 지금까지 페요가 지켜본 환자는 1000명이 넘으며, 일부 환자가 죽은 뒤에는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호스피스 환자의 장례식에도 참석하는 페요 <사진=Hassen B. Les Sabots du Coeur 공식 인스타그램>

한센 씨는 “페요가 사람을 가까이 대하도록 특별히 훈련시키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도록 지시한 적도 없다”며 “페요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감지하고,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스티스병동 측도 페요를 반긴다. 시설 관계자는 “병동에 머무는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했음을 모두 알지만, 심적으로는 아주 불안하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며 “페요를 만난 환자들은 대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덕분인지, 한 말기암 환자는 페요를 만나는 밤이면 통증이 가라앉아 푹 자기도 한다”며 “직감적으로 환자의 통증과 고통을 이해하고, 살며시 다가가는 페요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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