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카메라의 위험성을 인식하기 바란다.”

우리 주변에 무수하게 설치된 감시카메라들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되는 이 카메라들은 범죄 예방이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만, 일상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의 한 공학자는 자칫 감시카메라에 무뎌지기 쉬운 현대인들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웹캠 하나를 선보였다. ‘아이캠(Eyecam)’이라는 이름처럼, 일반 카메라와 달리 사람 눈 모양을 하고 있어 단박에 시선을 끈다. 

인간 눈을 본뜬 웹카메라 아이캠 <사진=Marc Teyssier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New generation of webcam? The human eye webcam' 캡처>

아이캠은 독일 자를란트대학교 휴먼컴퓨터 인터랙션 연구소의 마크 테시에가 개발했다. 건물이나 길거리의 감시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자동차 블랙박스 등 현대 사회에는 ‘감시의 눈’이 넘치는데, 너무 익숙해져 사람들이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꼬집기 위해 만들었다. 

이 카메라는 사람 피부를 재현하기 위해 실리콘을 동원했다. 실핏줄까지 재현한 안구 가운데 렌즈를 장착했다. 제법 그럴싸한 눈썹도 붙였다. 성인 손바닥 절반이 채 안 되는 크기지만 사람 눈 모양을 해서 그런지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아이캠은 안구를 이리저리 굴리거나 눈을 깜박일 수 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동자를 인식, 같은 동작을 취할 수도 있다. 렌즈에 맺힌 영상을 화상처리 알고리즘이 분석, 주위 상황을 자동 판단해 움직임을 구현한다. 안구와 근육의 움직임은 내장된 서보 모터 6개가 담당한다. 

모니터에 설치된 아이캠 <사진=Marc Teyssier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New generation of webcam? The human eye webcam' 캡처>

개발 배경에 대해 마크 테시에는 “아이캠은 ‘CCTV에 존재감이 있다면?’이란 물음에서 출발했다”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카메라들의 잠재적 위험성을 아이캠을 통해 부각시켜, 우리 주변을 감싼 이 눈들에 대한 의문을 사람들 스스로 던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은 원래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며 “사람 눈의 표현력을 탑재한 아이캠은 인간에 의한 의식적 움직임뿐 아니라 무의식적 움직임까지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 테시에는 아이캠 개발 의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깃허브(Github)에 설계도와 소프트웨어를 공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회의가 대세가 됐다”며 “아이캠을 PC에 설치해 보면, 우리가 몰랐던 감시카메라의 위험성을 조금은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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