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갓길 배수로에 다리가 낀 멧돼지가 12시간 만에 사살된 것과 관련, 일본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벌어졌다. 탈진한 멧돼지를 죽일 것까지 없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유해 조수인 멧돼지를 구제하는 건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배수로에 다리가 낀 멧돼지가 발견된 것은 지난 11일 새벽이다. 일본 도호쿠고속도로 센다이 방면 328번 도로 갓길 배수로에 뭔가 납작 엎드려 있다는 운전자 제보가 잇따랐다.

경찰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해당 도로 1개 차선 통행을 일시 정지했다. 다행히 새벽이라 차량이 많지 않아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지는 않았다. 출동한 경찰은 문제의 물체가 야생 멧돼지임을 확인했다.

몸길이 1m15㎝가량의 멧돼지는 배수로에 뒷다리가 완전히 낀 상태였다. 경찰은 차량들을 피해 급히 도로를 횡단하던 멧돼지가 배수로에 낀 것으로 판단했다. 주변에 멧돼지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발버둥 치거나 울지도 못했다. 경찰은 멧돼지 무리가 나타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뒤 차량 통행을 재개했다.

차량 운전자가 촬영한 야생 멧돼지. 배수로에 뒷다리가 끼어 꼼짝 못 하는 상태였다. <사진=트위터>

논란은 이 멧돼지를 지역 수렵단체 엽사들이 사살하면서 벌어졌다. 다리가 낀 상태로 12시간 지나 힘이 빠진 멧돼지를 놓아줄 수 없었냐는 시민들 항의가 경찰과 수렵단체, 도호쿠고속도로 운영 회사 등에 빗발쳤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명백한 위법이며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수렵단체는 “멧돼지는 국가가 정한 유해 조수”라며 “사람에 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보이는 즉시 사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농가에 피해를 끼치는 유해 조수를 사살하는 것이 옳다는 시민 의견도 이어졌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야생 멧돼지를 농가에 피해를 주는 유해 조수로 분류한다. 추운 겨울 먹을 것이 부족한 멧돼지가 농가나 도시로 내려와 경찰이 엽사를 불러 사살했다는 뉴스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칙적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야생동물을 함부로 포획하는 것은 금지한다. 다만 동물이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유해 조수일 경우 포획을 허가한다. 정부 주도로 멧돼지 개체를 줄이기 위한 포획도 실시하는데, 동물권보호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곤 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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