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뇌척수액을 이식하면 떨어진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최신 실험에서 밝혀졌다. 학계는 이 과정에서 발견된 성장인자가 향후 치매 치료제 개발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3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 쥐의 뇌척수액을 이식한 늙은 쥐들의 기억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후 18~22개월 된 노령 쥐를 A와 B그룹으로 나누고 특정 소리와 깜박이는 빛에 노출시켰다. 이와 동시에 다리에 가벼운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후 A그룹의 쥐들에게만 생후 10주 된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투여했다.

실험의 핵심은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공급받은 늙은 쥐들이 다시 소리와 빛에 노출될 때 싫은 경험을 기억하는지 여부였다. 기억 테스트를 뇌척수액 투여 3주 만에 다시 진행한 결과, 어린 쥐의 뇌척수액을 공급한 늙은 쥐는 소리와 빛에 노출되자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젊은 뇌척수액을 공급하면 나이 든 뇌의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A그룹 쥐들은 뇌척수액을 공급받지 않은 B그룹 쥐들에 비해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했다”며 “테스트 과정에서 기억력 개선 성장인자도 발견됐으며, 젊은 쥐의 뇌척수액에 의해 기억력이 상승하는 구조 역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쥐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 해마에서 유전자 변화를 관찰한 결과 올리고덴드로사이트(희소 돌기 아교 세포)와 관련된 유전자 특징 변화가 현저했다. 올리고덴드로사이트는 뉴런을 통해 전해지는 전기 신호의 누출을 막는 물질 미엘린 형성을 담당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뇌가 노화하더라도 올리고덴드로사이트 전구체는 여전히 분포한다. 다만 뇌 자체가 늙은 탓에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에 느리게 반응한다. 젊은 뇌척수액은 반응이 둔해진 전구체를 다시 증식해 미엘린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사진=pixabay>

아울러 연구팀은 이런 효과가 FGF(fibroblast growth factor)17이라는 섬유아세포 증식인자(세포 증식이나 분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에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물질을 주입하면 젊은 뇌척수액과 마찬가지로 올리고덴드로사이트의 전구세포 증식이 활발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로 당장 노인의 기억력을 개선할 약을 만들 수는 없다”면서도 “인지 저하를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희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GF17 성장인자는 기억력 개선제로 유망할 뿐 아니라 뇌척수액에 직접 작용하는 치매약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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