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의 죽음이 야기하는 행성계 규모의 대혼란이 백색왜성 최신 관측을 통해 추정됐다. 이번 연구는 먼 미래 지구가 맞을지 모를 비참한 운명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미국 천문학자 테드 존슨이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일생을 다한 항성의 죽음이 행성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들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작은곰자리 쪽으로 지구에서 약 86광년 떨어진 백색왜성 ‘G238-44’를 조사해 왔다. 태양의 8배 이하 질량을 가진 백색왜성 중에서도 작은 축에 속하는 ‘G238-44’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에 태양의 반~1개 분량의 질량을 가진 고밀도 천체다.

항성이 적색거성을 거쳐 진화하는 백색왜성은 중심부 핵융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남은 열로 빛을 발한다. 천체로서 성장이 모두 끝난 상태로, 천체로서는 죽음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 등이 수집한 관측 데이터를 기초로 ‘G238-44’의 대기에 고농도의 질소와 철을 비롯해 산소, 마그네슘, 규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지구나 소행성처럼 금속을 포함한 암석천체와 혜성과 같은 얼음천체 모두 이 항성에 낙하했다는 증거다.

백색왜성 'G238-44'의 상상도. 암석천체 및 얼음천체가 이곳에 낙하한 증거가 처음 발견됐다. <사진=NASA·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테드 존슨은 “적색거성으로 진화한 항성 외층은 크게 팽창해 주위에 가스를 방출, 백색왜성으로 진화한다고 학자들은 여겨왔다”며 “만약 이런 상태의 항성 주위에 행성들이 존재한다면 팽창한 항성에 먹히거나 궤도가 변화해 항성에 낙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G238-44’의 대기 구성물질로 미뤄 금속을 포함한 암석천체와 얼음천체 모두 낙하했음을 알 수 있다”며 “항성의 죽음은 주위 행성들에 엄청난 규모의 혼란을 야기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항성 대기 중의 풍부한 철은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의 금속성 핵의 증거다. 질소는 얼음 천체의 존재를 의미한다. 테드 존슨은 “데이터 상으로 보면, ‘G238-44’에 낙하한 천체는 수성과 같은 천체 또는 얼음과 먼지로 구성된 혜성들”이라며 “그 비율은 약 2대 1일 것”이라고 전했다.

백색왜성의 대기에서 행성 유래의 물질들이 검출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낙하한 암석행성의 조성을 추정한 항성 연구도 이미 발표됐다. 다만 암석 및 얼음으로 구성된 천체 모두 항성에 낙하한 증거는 전례가 없다.

테드 존슨은 “태양계 외행성의 조성을 직접 조사할 수는 없지만 백색왜성의 대기에 존재하는 원소를 분석하면 과거 존재한 외계행성이나 그 조성을 상상할 수 있다”며 “태양계 밖의 암석행성들이 가진 다양한 성질은 백색왜성에 남겨진 흔적으로 짐작 가능하다”고 말했다.

'G238-44'를 중심으로 한 행성계 상상도. 이미 백색왜성에 낙하한 소행성 및 인근 소행성 바깥으로 거대한 가스 행성과 혜성, 얼음천체들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NASA·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항성의 죽음이 가져올 혼란의 규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항성이 백색왜성까지 진화한 뒤 1억 년이 지나면 가까운 영역과 먼 영역 모두의 천체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 확인됐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경우 태양과 가까운 소행성대에는 암석 소행성이 분포하고 태양에서 먼 카이퍼벨트 밖에는 얼음을 주성분으로 하는 소천체가 분포한다. ‘G238-44’에 암석 및 얼음천체가 모두 낙하했다는 것은 행성계의 폭넓은 영역에서 백색왜성을 향해 천체가 낙하함을 의미한다. 

테드 존슨은 “수십억 년 후에는 태양도 백색왜성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양과 가까운 지구 등 암석행성은 증발해버리고 목성에서 해왕성까지 비교적 먼 행성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목성 중력에 의해 궤도가 흐트러진 소행성들은 백색왜성이 된 태양으로 낙하할 것”이라며 “즉 미래의 태양계는 이번에 우리가 조사한 ‘G238-44’ 행성계와 비슷한 잔혹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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