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과 우주개발 협력 관계에 균열이 간 러시아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전격 손을 잡았다.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ROSCOSMOS)은 지난 15일 자로 NASA와 우주비행사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하고 관련 협정을 맺었다고 18일 전했다.
이에 따라 로스코스모스와 NASA는 주요 우주 미션에 상대 우주비행사를 참가시키게 된다. 당장 발사가 예정된 러시아 유인우주선 소유스 MS-22호에 NASA 소속 프랭크 루비오(47)가 탑승한다.
러시아 쪽에서는 여성 우주비행사 겸 엔지니어 안나 키키나(38)가 일론 머스크(52)가 이끄는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곤 ‘Crew-5’ 미션에 참가한다. 안나 키키나는 크루드래곤에 탑승하는 첫 러시아 우주비행사다.
비행사 교류와 관련, 로스코스모스는 “소유스 MS-22호에는 프랭크 루비오 외에 로스코스모스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47)와 드미트리 페테린(39) 등 젊은 우주인이 함께 한다”고 발표했다.
NASA도 “NASA의 조시 카사다(49)와 니콜 만(45),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와카타 코이치(59) 등이 안나 키키나 비행사를 도와 ‘Crew-5’ 미션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유럽이 손절 움직임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영국 위성통신회사 원웹(OneWeb)은 전쟁이 1개월 여가 되던 지난 3월 말 스페이스X와 예정에 없던 통신 발사 계약을 맺었다.
다수의 위성이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위성 콘스텔레이션’을 통해 원웹은 고속·저지연 인터넷 통신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2월부터 통신위성 발사를 지속해 왔다.
당초 원웹은 러시아가 보유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 로켓을 이용, 위성을 발사했다. 그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로스코스모스와 계약을 파기했다. 러시아 역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발사대에서 원웹 통신위성 발사용 로켓을 즉시 철거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비행사를 교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감안하면 유럽과 등을 돌린 러시아가 미국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속내에 무엇인지 관심이 쏠렸다.
더욱이 로스코스모스는 2018년부터 국장을 맡아온 드미트리 로고진(59)을 NASA와 협약을 맺던 날 해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로스코스모스의 새 국장에 전 부총리 유리 보리소프(56)를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드미트리 로고진에 중책을 맡기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없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 우주개발 미션 ‘Crew-5’ 및 ‘소유스 MS-22’는 모두 올가을 실행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tu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