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행성 이주를 염두에 둔 우주 범죄 수사 연구가 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이나 콜로니에 모여 살게 되면 범죄나 수사의 양상이 지구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영국 스태퍼드셔대학교 잭 코왈스키 연구원은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의 혈액이 어떻게 흩날리는지 재현한 실험 결과를 국제 학술지 포렌식 사이언스 인터내셔널 최신호에 공개했다.

연구원은 인류가 우주의 어딘가에 모여 살게 되면 필연적으로 범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이 지구와 완전히 다르다면, 범죄의 형태나 수법은 물론 수사 방법도 지구와는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비행기를 이용한 무중력 상태에서 인공혈액을 종이에 뿌리는 실험이 진행됐다. <사진=잭 코왈스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무중력 혈액 실험이다. 코왈스키 연구원은 "우주에서 생활하다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렸다고 치면, 상처에서 흘러나온 혈액이 어떤 식으로 흩날릴지 알아야 한다"며 "지구와 다른 패턴으로 퍼져가는 혈흔은 우주 범죄를 수사할 때 기본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바닥이나 눈, 모래 등 다양한 물체에 떨어진 혈흔을 조사해온 코왈스키 연구원은 무중력 환경의 외과수술을 연구하는 미국 루이빌대학교 심장혈관생리학자 조지 판탈로스 교수와 접촉했다. 판탈로스 교수는 62회에 걸쳐 무중력 비행을 경험하며 우주 외과 수술을 연구해 왔다.

두 사람은 우주 공간에서 피가 어떻게 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비행기를 이용해 잠깐의 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상업 서비스를 이용해 혈액이 종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알아봤다.

지구와 환경이 다른 우주에서 범죄 사건이 벌어진다면 수사 방법이나 과정은 지구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pixabay>

코왈스키 연구원은 "글리세린 40%와 식용색소 60%를 섞은 인공 혈액을 주사기에 넣고 무중력 상태에서 20㎝ 떨어진 흰 종이에 뿌렸다"며 "혈액은 지상과 달리 무중력 공간에서 다른 패턴으로 흩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주에서 혈액은 물체의 표면에 보다 쉽게 들러붙었다"며 "지상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흩날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직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가짜 피의 표면장력이 저중력 공간에서 훨씬 커지는 사실도 알아냈다. 표면장력이란 액체의 표면 분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응집력이다. 표면장력 덕에 소금쟁이는 수면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우주에서는 이런 성질이 혈액이 날리는 유형을 좌우하며, 핏방울의 모양과 크기를 결정하는 주요인이 된다.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 존 허셜 글렌. 인류의 우주개발 기술은 눈부시게 발달해 어느덧 행성 이주 계획이 거론되는 상황까지 왔다. <사진=pixabay>

코왈스키 연구원은 "현대 범죄수사학에서는 스마트폰 화면이나 소수성 표면에 혈액이 어떤 패턴으로 뿌려지는지 연구한다"며 "우주 공간에서 혈액의 움직임을 고찰한 실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 등 극소수의 인간만이 오랜 시간 우주에 머문다"면서도 "최근 비약적인 과학기술 발달로 머잖아 인류가 우주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우주 과학수사 기법을 미리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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