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다를 호령한 수장룡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us)가 담수에서도 적응해 생존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처음 발견됐다.

영국 배스대학교와 모로코 하산2세카사블랑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플레시오사우루스가 쥐라기 바닷속은 물론 담수 지역에서도 번영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그간 바다에서만 발견된 플레시오사우루스 화석이 약 1억 년 전 민물 하천이던 곳에서 발굴됨에 따라 그간의 학설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 플레시오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된 곳은 사하라 사막이다. 연구팀은 사막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된 플레시오사우루스 화석이 한 마리가 아닌 약 열 마리 분이라고 추측했다.

먹이활동을 위해 담수에 적응한 것으로 추측되는 플레시오사우루스 <사진=National Geographic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Plesiosaurs 101 | National Geographic' 캡처>

특히 연구팀은 플레시오사우루스의 턱과 치아가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화석들을 여럿 발굴했다. 이로 미뤄 이 고대 수중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담수로 흘러왔고, 그곳에 적응해 살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쥐라기 전기에 출현한 플레시오사우루스는 중생대 바다를 지배한 육식종이다. 1823년 처음 화석이 발견됐는데, 생물학자들은 플레시오사우루스의 몸길이를 약 3.5m, 몸무게를 약 185㎏이라고 추측했다. 매우 긴 목과 이와 대조적인 짧은 꼬리, 네 개의 지느러미를 가졌고 턱에 배열된 길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기나 원시 두족류를 사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플레시오사우루스의 첫 화석 발견 이후 일부 학자들은 네스 호의 괴물과 연관성을 의심했다. 목격담으로 추측건대 네스 호의 괴물 형상이 플레시오사우루스와 크기나 전체 골격이 닮았기 때문이다.

긴 목과 짧은 꼬리, 네 개의 지느러미 등 목격담 속 네시와 여러모로 닮은 플레시오사우루스 <사진=National Geographic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Plesiosaurs 101 | National Geographic' 캡처>

네스 호의 괴물, 일명 네시(Nessie)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565년이다. 6세기부터 스코틀랜드 북부 네스 호수에서 목격됐다는 네시는 그 정체를 둘러싸고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당시 사람들은 포교 활동을 하던 성직자가 물짐승을 만나자 십자를 긋고 격퇴했고, 이후 네스 호수에서 목이 긴 수수께끼의 생물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1934년 외과의사가 촬영했다는 네시 사진이 나돌아 한바탕 난리가 났는데, 1993년 가짜로 밝혀지면서 네스 괴물은 더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네시와 연결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발견을 계기로 플레시오사우루스의 활동 영역을 이전보다 크게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4년 네스 호의 괴물을 찍었다며 한바탕 난리가 났던 사진. 가짜로 밝혀졌다. <National Geographic UK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Scotland's Sea Monster | Drain the Oceans: Secrets of Loch Ness | National Geographic UK' 캡처>

조사 관계자는 “플레시오사우루스는 같은 종인 플리오사우루스상과(Pliosauroidea) 집단과 달리 백악기 말까지 살아남았다. 이는 민물 사냥감까지 잡기 위해 진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번에 발견된 많은 화석들은 태고의 생태계와 동물에 대해서도 적잖은 힌트를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이빨 화석은 일반 골격보다 발견이 쉽지만 더 많은 단서를 주곤 한다”며 “화석이 담수에서 발굴된 이유가 분명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이들이 바다에서만 살아야 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플레시오사우루스와 네시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이 포식자들이 멸종한 6600만년 전, 네스 호수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 신비한 호수는 약 1만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탄생했으므로 아쉽지만 플레시오사우루스와 네시는 별개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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