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밟은 적이 없어 덜덜 떠는 호랑이를 보며 너무 미안했다.”

초원이 아닌 좁다란 폐열차에 갇혀 10년 넘게 지낸 호랑이 가족이 극적으로 자유를 얻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대지와 풀의 감촉마저 모르고 살아온 백수의 왕은 구조 시설에 적응하며 대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동물 전문 매체 도도(The Dodo)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르헨티나 산루이스 황야의 버려진 열차 안에서 15년간 연명한 호랑이들의 구출 작전을 소개했다.

도도에 따르면 최초로 폐열차에 갇힌 호랑이는 암수 한 쌍이다. 2007년 산루이스에 잠시 정착한 서커스단이 떠나면서 호랑이들을 열차 안에 버리고 갔다.

15년간 폐열차에 갇혀 지내다 처음 땅을 밟는 호랑이 <사진=The Dod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igers Freed From Abandoned Train Car After 15 Years | The Dodo Comeback Kids' 캡처>

두 호랑이가 교미하면서 얼마 가지 않아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났다. 이렇게 네 호랑이는 총 길이 75m가량의 열차 안에서 살게 됐다.

지역 주민들은 호랑이들을 위해 먹이를 가져왔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뿐이었고 그나마 부실할 때도 있었다. 가뜩이나 자유롭게 뛰지 못하는 호랑이들은 잘 먹지도 못해 갈수록 여윌 수밖에 없었다. 

길고 좁은 쇳덩이 안에서 그렇게 15년.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의 시간 동안 호랑이들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 뿐이었다. 기차 안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단 한 번도 흙을 밟거나 풀냄새를 맡지 못했다.

호랑이 가족의 기막힌 소식은 오스트리아에 본부를 둔 동물보호단체 포포즈(FOURPAWS)에 겨우 전해졌다. 포포즈는 즉시 구조대를 아르헨티나에 파견, 호랑이들을 열차에서 데리고 나올 작전을 세웠다. 

단체는 아무리 오랜 시간 갇혔더라도 호랑이가 맹수인 점을 감안, 철저한 계획을 마련했다. 수송 과정에서 호랑이는 물론 사람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야생동물 전문가와 수의사, 비행기 조종사를 모았다.  

긴 여행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물 보호 시설 ‘LIONSROCK Big Cat Sanctuary’에 도착한 호랑이들은 난생처음 자연과 마주했다. 오랜 감금의 영향으로 덜덜 떨던 호랑이들이 보드라운 흙을 밟는 순간, 수송 작전에 참가한 이들은 밀려오는 기쁨과 미안함에 눈물이 터졌다.

호랑이들을 구해낸 야생동물 전문가 아미르 칼릴 박사는 “네 마리 모두 다행히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시설에 적응해 새로운 환경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완전히 야생인 데다 활동성이 많은 호랑이가 15년간 갇힌 채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라며 “이제라도 느긋하게 자연을 느끼면서 지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단체는 호랑이들의 적응 상태를 면밀히 살핀 뒤 적당한 때를 정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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